혈압 변동이 타 진정제보다 적고 뇌압 등에 장점이 있다는 것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으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에토미데이트는 근육이완제도 아니며 진통제도 아닙니다. 단지 의식을 저하시키는 진정 효과만 있는 진정제입니다. 진정 효과만 있으니 필드에서 기관 삽관에 의한 자극으로 혈압이 변동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지고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비롯하여 다수의 약제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수술 마취에서도 기관 삽관의 과정에서 혈압 변동의 폭이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필드에서 에토미데이트와 근이완제만 써서 기관 삽관을 한다고 하여 혈압이나 뇌압에 도움이 된다고 운운하는 것이 마취하는 입장에서 조금 우습기까지 한 말입니다. 저혈압으로 뇌관류압이 저하된 상태라면, 에토미데이트란 진정제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흉부 압박이나 제대로 하는 것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의 뇌관류압을 그나마 유지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뇌압이 증가된 뇌출혈 등의 상태라면, 필드에서 기관 삽관을 하는 동안 급격한 혈압 변화로 인하여 뇌압은 더욱 상승하고 환자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사실 뇌출혈로 뇌압이 높아진 환자에서 기관 삽관은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황의 수술실 마취에서도 상당이 어려운 일에 속합니다. 뭔가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하여 여러 면에서 매우 허술한 것 같습니다.
개원가 성형, 미용 분야에서 향정으로 지정된 프로포폴 대신에 풍선 효과로 에토미데이트가 대체 약물로 사용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가 막힌 일입니다. 근간대성 경련이나 부신 기능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제가 수면 내시경이나 진정 요법에 사용된다는 것은, 특히 심각한 기저 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없어 에토미데이트를 굳이 쓸 필요가 없음에도, 매우 비윤리적인 일입니다. 성형미용에 미친 세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신속히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되어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청와대를 출입한 강남의 성형의원 의사에 의해 에토미데이트가 누군가에게 성형, 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적어도 부신 기능 저하의 부작용에 대해 알고나 있는지, 환자에게 설명이나 하였는지 추궁할 일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한 사실만으로 많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의혹이 될 수 있는 약제들은 그럻지 않은 약제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팔팔정, 마늘, 생강, 백옥, 신데렐라 등등은 너무 심해서 기분이 잡쳐 말 하기도 싫습니다. 그런 약을 누가 일반인에게 쓴다고 해도 비급여 약물로 쓸데없이 장사질을 한다고 비난받기 쉬운 일입니다. 차라리 소고기 한 근 사 먹고 마쇼, 어떤 놈이 그런 잡짓을 한답니까? 라고 일갈을 할 일입니다. 어떤 생각으로 누구를 위해, 누가 그런 약을 청와대에서 청구, 구매해서 괜한 오해를 증폭시키는지 그 놈 찾아서 조져야 할 것 같습니다. 외신 보도처럼 이건 국가적 망신 아닙니까?
Rapid Sequence Intubation(RSI)는 특정 약물과 관련이 없는, 금식이 안 되 있는 등의 상황에서 시행하는 기관 삽관의 특수한 절차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세상에 CPR에 준하는 상황에서 전문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삽관을 하면서 느긋하게 늑장부릴 의사는 없습니다. 빨리 기관 삽관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냥 당연한 일입니다. 특정 약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료 행위임에도, '신속'이란 단어를 써서 마치 에토미데이트를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것처럼 생소한 용어 써가면서 억지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습니다.
마취를 하고 있지만 사실 RSI라는 방법 때문에 특정 약물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정제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사실 RSI를 위해서라면 에토미데이트보다는 다른 진정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굳이 약물에 촛점을 맞춘다고 해도 진정제보다는 근이완제가 더 중요합니다. RSI는 폐흡인을 막기 위해 윤상 연골을 눌러 식도 입구도 막고 삽관 전에 양압 환기를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기에, 결국 중요한 것은 기관 삽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근이완이 빠르게 나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제라면 더 빠르게 작용하는 약물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RSI를 할 때 주로 그걸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미 의식을 잃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라면, 일부러 에토미데이트라는 진정제를 써서 '의식을 잃게' 만든다는 것도 조금 이상합니다. 아예 문장 조차도 이상해집니다. 그리고 최신 CPR 가이드라인에서 기관 삽관을 하느라 흉부 압박이나 제세동이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니 오죽 응급 의료진이 빨리 오겠습니까? 기관 삽관을 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기보다는 C-A-B 순서로 흉부 압박과 마스크를 이용한 환기를 하자마자 도착을 할 것입니다. 물론 전문 기도 확보를 해보려고 시도를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 얻는 이득도 크지 않고, 그 전에 이미 후송조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기관 삽관이고 기관 삽관이고 나발이고가 필요가 없는 소리가 되며, 에토미데이트를 비치했다고 하는 말도 다수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의혹만 증폭시키는 겁니다. 이견이 있다면 2015년 CPR 가이드라인을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