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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갈길 먼 경희의료원 양한방협진 30년史
[ 2001년 10월 08일 13시 20분 ]
"황무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땅에 의학, 한의학, 치의학을 결합시킨 1천 병상 규모의 의료원을 만든다고 했을 때 경희대가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았다."

조영식 학원장은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갖춘 경희의료원 개원 당시, 쏟아졌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들을 지금도 회상하곤 한다.

'볼런티어'의 첫시도는 언제나 무모해 보인다고 했던가. 세계 최초의 '동서의학 협력 의료원'은 이제 개원 30주년을 맞아 '신의학의 메카'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작년에 동서노인건강클리닉, 동서관절·류마티스센터 등 각 질환별 협진시스템을 총괄하는 '동서협진센터'를 개설한 바 있다.

이미 개원 30주년을 앞두고 통합의료를 한층 숙성시킬 시스템 구축을 마친 셈이다.

하지만 경희의료원이 5일부터 7일까지 야심차게 준비한 '비전선포식'과 '국제학술대회'는 오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이 노출돼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비전설정추진위원회가 1년 넘게 준비했다는 비전선포식은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누구나 알고 있는 추상적인 어휘나열의 場(장)에 그치고 말았다.

5일과 6일 개최된 국제학술대회는 동서협진센터의 1년 활동을 조망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 테러사건의 여파로 일부 연자가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300명이 넘는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경희대 출신 방청객과 학생이 대다수였다는 점, 연구 성과 체계화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 아직 통합을 논하기에는 의학과 한의학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주세션의 연자로 나선 민병일 경희대 교수는 "우리의 동서의학은 서양의 대체의학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전기침, 한약성분 신약 등 동서의학의 상호보완 예를 들며 "한국을 대표하는 신의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관절염에 대한 봉독약침 효과(동서관절·류마티스센터) △콜라겐 유발 관절염 통증에 대한 전기침의 진통 효과(동서관절·류마티스센터) △내원환자들에 대한 만족도 조사(동서중풍센터) 등 각세션별로 동서협진센터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발표에 이은 질문에서 제도개선과 연구성과 체계화를 지적하는 매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동서의학대학원에 재학중이라는 한 방청객이 "한약성분의 표준화가 갖춰져 있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자 민교수는 "한의학에 대한 복지부의 1년 예산이 21억에 불과하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동서의학 중 어떤 분야가 주로 증상을 호전시켰는지 모호하다는 한 의사의 지적에 "짧은 기간동안 실험보다는 환자치료에 중점을 뒀고, 전문인력 부족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덜 된 상태"라며 한 발표자는 '동서협진센터'가 아직 정착기에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한의학과 교수는 그 동안의 연구성과와 관련 "실제 적용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최고의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상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체화된 성과가 축적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학과 한의학의 접목은 물론 이를 통한 환자치료를 위한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경희의료원은 개원 30년의 시간을 통해 신의학 창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이같은 가능성의 확인과 더불어 그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반증시켜준 계기로 작용한 자리였다.
박지호기자 joyjh@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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