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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경증감기와 의사의 소화제 처방
[ 2001년 11월 02일 12시 16분 ]
며칠 전 기자에게 소아과 의사 한 분이 전화를 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점잖은 그는 화가 많이 난 듯 했다. 전화 모두에 "나라가 어떻게 되갈려는지" 하며 혀를 끌끌 차기까지 했을 정도다.

연유는 한 시민단체가 의약분업 후 의사의 처방 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 때문이었다. 내용은 "의사들이 경증 감기환자의 91%에 소화제를 처방했다"는 등으로 집약된다.

이 의사는 "의사들이 약 쓰는 것을 등급 매기더니 이젠 약 처방하는 것도 맘대로 분석하네"라며 "그럼 지들이 다해 먹으라고 해요"하고 거친 감정을 토해냈다.

그는 "의사가 처방할 때는 환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합니다. 사람 몸이 어디 숫자 놀음처럼 공식화된 것이냐"고 반문하며 "소아의 경우 감기 걸리면 80%는 소화불량이 오기 때문에 소화제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항변 아닌 항변을 했다.

또 "성인도 비슷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소화제 처방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걸로 비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사는 "아프다고 찾아 온 환자에게 약을 안 주면 요즘은 환자들이 오지 않고 심지어는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현실을 개탄하며 부득이한 약 처방 사례도 들었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중 아프다고는 하지만 몸에 이상이 없어 의사들이 약을 안주면 환자들이 싫어해 별 탈이 없는 소화제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일명 '플러시보'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기자에게는 같은 날 다른 의사가 동일한 사안으로 전화를 줬다. "기사를 내더라도 한 번 쯤 거르고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요지였다. "결과를 발표한 쪽이 문제가 있으면 이를 짚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자들은 왜 그러지 않냐"는 지적도 포함됐다.

이날 두 사람의 공통된 변은 "왜 의사들의 전문적 식견과 지식을 일방적 잣대로 꼬아서 뭉갤려고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정말 약이 올라 전화했다"는 소아과 의사의 억울함에는 그 같은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비록 전화 2통이었지만 의사들에 대한 근거없는 돌팔매질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 공감된 하루였다. 하지만 순간 "의사들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의구심 역시 지워지지 않았다. 억울하겠지만 의사들이 한 번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떨칠수 없었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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