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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 임상시험 사전승인' 실효 의문
[ 2001년 11월 04일 13시 13분 ]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식약청이 최근 '의약품 등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지침'(안)을 마련, 의·약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식약청이 발표한 승인 지침(안)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모든 임상시험은 식약청장 사전승인을 받도록 규정, 그동안 논란이 됐던 불법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력해질 방침이다.
특히 임상시험기관이나 임상의사에 의한 연구자중심 임상시험도 식약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료계 일부에서는 지나친 임상시험 규제라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는 의약품이나 의료용구의 효능효과를 시험하거나 검증하기 위해 환자나 가족의 동의를 거쳐 병원내 설치된 임상시험위원회(IBR)를 통과하면 임상시험이 가능했다.
Y의료원 임상시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대학병원에는 임상시험위원회가 설치돼 엄격한 규정에 따라 임상시험계획서에 대한 승인 업무를 보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모든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 결정은 결국 식약청이 하게 되는 셈인데 이럴 경우 임상시험위원회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약청이 해당 임상시험의 과학적 부분과 환자의 권리보호문제를 중점 심사하고 의료기관의 임상시험위원회는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부분을 심사하는 식으로 양기관의 심사업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식약청 관계자는 최근 개최된 임상시험 승인 지침 설명회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학병원 IRB의 경우 운영 수준이 제대로 검증된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며 일부 IRB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H병원 관계자는 "식약청이 IRB에 대한 실사를 실시해 운영 수준이 떨어지는 곳은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식으로 각 IRB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하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식약청이 모든 임상시험을 사전 승인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업무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상시험 승인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식약청은 최근 설명회에서 임상시험 승인업무 등의 신설지침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임상시험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승인지침 시행 시기가 앞으로 약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이 기간동안 과연 식약청이 임상시험 승인업무를 전담할 전문가 확보 및 부서 설치를 완료할 수 있을지 의·약계 모두 의문을 품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임상시험위원회 홍용우 교수는 "병원내 마취과만 하더라도 1년에 제출되는 300여건의 논문 가운데 약 70% 정도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논문"이라며 "전체로 따지면 연간 엄청난 수의 임상시험이 이뤄지는데 이를 식약청 단독으로 사전승인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따라서 "식약청이 해당 임상시험의 과학적 부분과 환자의 권리보호문제를 중점 심사하고 의료기관의 임상시험위원회는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부분을 심사하는 식으로 양기관의 심사업무를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국내에서는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불법 임상시험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식약청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지침(안)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실제 몇 해전 국내 한 제약사가 '중국산 일본뇌염 생(生)백신'의 수입허가를 받기 위해 서울·경기지역의 3개 영아원에서 1∼3세 아기 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불법 임상시험이 적발돼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제약회사의 시험용역을 의뢰받은 약학대학들이 피험자의 건강상태를 무시한 채 약의 효능을 시험한 사례가 폭로된 바 있다.
또한IRB가 설치돼지 않은 일부 병원에서는 임상시험에 관한 심의절차를 거치고 않고 피험자를 모집해 임상시험을 실시하거나, 환자들 모르게 신약의 약효 시험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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