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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DRG 전면시행 확정속 '유보론' 제기
[ 2001년 11월 09일 12시 37분 ]
질병군별 포괄수가제 확대를 위한 공청회 열린 9일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내년 전면 시행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입장을 보인 가운데 일부에서 유보론을 제기,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시민단체, 학계, 심평원, 연구기관, 병협등은 내년 시행을 전제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산부인과학회와 이대 예방의학과 이선희 교수는 철회 또는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화여대 이선희 교수는 "포괄수가제를 내년 시행한다는 전제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DRG 단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주었느냐"고 반문했다.

이교수는 "저수가와 의료서비스 질저하가 심각하고 보험재정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DRG를 시행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라며 "의사와 환자간 갈등이 발생되고 의료기관에서 중환자를 기피하는 등 의료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2∼3년간 조건부 유예 ▲의료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선택적 시행 ▲공공병원 선시행후 확대 등 DRG 전면시행을 유보할 것을 주장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교수는 "의약분업이 실패로 규정된 이 시기에 왜 하필 시행하려고 하느냐"며 "바닥난 보험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특히 산부인과와 관련 "단순분만과 임신중독증 치료에 대해 수가차이가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중립적인 연구기관에 맡겨 중증도 분류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양건모 보건의료노조 의료개혁위원장은 "의료의 전문성을 내세워 환자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행위별수가제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내년 전면실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위원장은 "DRG 시행후 축소진료와 의료의 질 저하로 의료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기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심평원 한오석 조사연구실장도 "시범사업을 5년동안 끌고왔는데 양립할 시기는 지났다"며 "DRG가 유익한 제도라고 판단된다면 오히려 내년에 실시하는 것이 불만스럽다"고 시기가 늦춰진 것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또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된 진흥원의 연구결과에 대해 "전체의료기관을 총화시킨다면 역전현상이 안나올 수도 있다"며 "DRG수가가 행위별수가보다 12%정도 높게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진료비)보상수준보다 보상방법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의료시장이라는 불완전 경영구도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의료기관)에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겠느냐"고 지적했다.

권교수는 "수가수준이 모든 의료의 왜곡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하나의 서비스에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팩키지(질병을 치료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수가지불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창엽 교수도 "의료보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지불제도"라고 밝혔다.

병협의 이송 보험위원은 DRG시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진료과간의 협진 진료비가 거의 무시되고 있다"며 "별도의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토론자들은 그러나 DRG 시행이후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날 복지부 노연홍 보험급여과장은 "건강보험은 궁극적으로 양질의 의료를 비용효과적으로 공급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DRG도 이러한 대안의 하나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에 협조를 당부했다.
김태형기자 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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