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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醫 "의사 봉이냐" 약값 일방삭감 폭발
[ 2002년 01월 28일 03시 13분 ]
서울 E병원 보험심사를 담당하는 K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7, 8월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했던 의약품이 '과잉처방'으로 확정, 진료비를 환수당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E병원이 환수되는 약값은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정 1천여만원을 포함해 무려 2천여만원에 이른다.
"처음에는 삭감 금액이 너무 많아서 놀랬어요. 심평원 본원에서는 삭감하지 않았는데 약국심사를 담당하는 지원에서 무조건 삭감처리 한 거죠"
K씨는 "내시경과 혈액검사 등 결과지까지 첨부했는데 약국명세서만 가지고 약제비를 삭감하는 것은 심평원의 횡포"라며 "비슷한 사례를 겪은 병원들과 공동으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항변했다.
서울의 G병원, 성남의 B병원, 수원의 A병원도 이 병원과 비슷한 경우로 삭감됐다.
부산 동구의 Y신경정신과 Y원장도 최근 보험공단으로부터 약값을 진료비에서 환수한다는 통지서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해초 관절염 환자에게 세레브렉스를 처방했지만 위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값 12만원이 다음달 진료비에서 공재된 채 지급된다.
그러나 복지부와 심평원은 세레브렉스 처방제한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지난해 10월25일부터 내시경이나 위장조형촬영없이 처방 가능토록 심사기준을 완화했다.
Y원장은 "위장장해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내시경검사를 안하고 처방한 것이 의사의 잘못이냐"며 "아무 통보없이 약값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주위에 약값 환수통보를 받은 원장들이 3∼4명 더 있다"고 귀띔하며 "앞으로 어떤 환자가 내원하더라도 다시는 이 약을 처방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7, 8월분 약값 6억6천여만원에 대한 환수에 나서자 의료계가 일방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약제비 심사 잣대가 지원별로 제각각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원칙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E병원의 경우 약값 삭감과정에서 병원측의 청구자료는 외면당한 채 약국의 청구명세서만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복지부 행정해석이후 약제비 심사지침이 의료기관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어, 약제비 심사기준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심평원은 현재 식약청장의 허가사항(효능·효과·용법·용량), 복지부 세부사항고시, 심평원이 공개한 심사지침 등을 초과한 처방은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어 진료비에서 삭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약국은 의약품 길항작용이 있으나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확인하지 않고 조제한 경우나 의사가 비급여, 100/100 본인부담으로 처방했으나 약국에서 보험급여로 적용한 경우로 극히 한정된 책임만 지고 있다.
특히 '식약청장의 허가사항'을 벗어난 처방에 대한 삭감문제는 복지부 행정해석에 따라 '약국'에서 '의료기관'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심평원이 지난해 12월말부터 의료기관과 약국의 연계 심사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에 대한 집중적인 심사를 의미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지침이 의료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경된 것이 사실"이라며 "약국에 삭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인정했다.
심평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약사들도 약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느껴야 한다"며 "현 심사지침으로는 의사가 처방내리면 수퍼에서 약 판매하듯이 조제만하면 거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의약분업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번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혀, 심사지침이 자주 변경됐음을 인정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의사가 봉이냐"며 "환자 치료에 사용된 약값을 의사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진료왜곡을 부추긴다"고 밝혀, 심사기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태형기자 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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