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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합헌진료속 고민느는 의사들"
[ 2002년 05월 09일 13시 19분 ]
"기스트(GIST)라는 암에 걸린 59세된 남자환자에게 글리벡을 사용하면 치료 가능성은 60∼70%이지만 다른 약을 투약하면 6%의 가능성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글리벡은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않아 이 환자에게 사용하면 과잉진료가 됩니다."
"당신이 양심적인 의사라면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하겠습니까?"
"암치료 환자가 입원하면 본인부담금을 20%만 내지만 외래 투약하면 55%를 부담합니다. 한해 진료비가 150∼200만원이 든다면 외래환자는 70만원정도를 더 부담하게 됩니다. 같은 약을 투약하면서 단지 '외래'와 '입원'이라는 이유로 비용차이가 발생하는 겁니다. 외래 본인부담금이 적다는 이유로 환자를 입원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건 보험재정 낭비가 아닙니까?"
국립암센터가 9일 개최한 제1회 '새로운 암치료 문화 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가 털어놓은 고민은 국내 건강보험제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식약청에 허가받지 않은 치료약을 쓰면 그 병원은 과잉진료 병원, 불법진료 병원이 되죠. 의사는 입다물고 환자에게 기다려달라고 할 것입니까? 아니면 양심적인 진료를 해야 합니까?"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따르자니 치료 가능성이 낮고, 환자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자니 불법진료 의사가 된다는 것이다.
방교수는 암환자에 대한 합헌적인 진료, 즉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는 책임이 현행 보험제도의 한계에 있음을 분명히 지적했다.
방교수는 "새로운 항암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의약품만 지난해 408개에 달하고 지금은 500개가 넘을 것"이라며 앞으로 쏟아지는 항암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도 의문을 던졌다.
그는 신약개발, 임상연구, 치료라는 삼박자를 갖춰 나가는 선진국을 발빠른 '토끼'에 비유한 후 의사가 비용 때문에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거북이' 같은 의료현실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이진수 병원장도 현행 불법진료에 해당하는 치료사례가 20∼30여개에 이른다"며 "(현행 보험급여 범위 때문에) 암치료에 권위자들이 매일 이러한 고민에 빠져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국가 기관인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정부 고시에도 불구 환자를 위해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이날 처음 마련된 심포지엄은 보험재정이 파탄한 한국적 현실에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김태형기자 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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