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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 뜨거운 감자
[ 2002년 05월 31일 02시 34분 ]
이제 막 7살을 지난 영성(가명)군은 5년째 종합병원 소아중환자실에 누워있다. 2살 때 뇌염으로 식물상태가 된 뒤부터 영성이는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고 비위관(nasogastric tube)으로 넣어주는 음식을 통해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5년 동안 영성군의 치료비로 지급된 돈은 벌써 3억원에 이른다. 최근 영성이 부모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요구했지만 의료진은 부모들이 영성이를 포기하고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집으로 데려가면 영성이는 곧 사망할 것이다. 영성군의 경우처럼 임종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98년 보호자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킨 보라매병원 사건을 계기로 '연명치료 중단' 문제가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 각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국의료윤리심의기구 협의회'가 오늘(31일) 정식 출범, 사회적 주목을 받는다.

의료계를 비롯 법조계, 윤리학계, 언론계, 종교계,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협회는 앞으로 연명치료와 관련 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검토해 치료중단에 대한 지침 및 기준을 마련한다.

협회는 ▲의료윤리 사례들을 취합·연구분석 연차보고서 발행 ▲각극 윤리위원회 운영 및 심의활동 지원 ▲의료심의기구 참여위원·관련 의료인·보건의료종사자 교육 및 정보교류 ▲의료윤리 관련 제도 및 정책개발 ▲정부 관련 부처 자문 침 협력 ▲의료윤리 대국민 교육 및 계몽사업 ▲학술대회·공청회 개최 등을 중점 추진하게 된다.

협회는 창립에 앞서 이날 '연명치료 중단 및 완화치료로의 전환 지침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 임종환자의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지침에 있어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자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공청회에서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료지침'이란 주제발표문을 통해 의료계가 안락사와 관련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 교수는 사전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계는 과다한 연명치료나 무의미한 의료행위에 대한 갈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의료계의 문제이거나 의사·환자만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은 '회복 불가능의 판단'과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자의 회복 불가능 판단과 관련 이 교수는 "의료계는 치료중단을 해야 할 환자에 대한 기준이나 요건을 마련해야 하며, 그 대상은 원칙적으로 임종환자와 말기환자가 된다"며 " 중단할 무의미한 치료에는 기계적 인공호흡, 부작용이 많은 항암제 투여, 전기자극에 의한 심폐소생술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의 통증을 제거하거나 완화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등의 보살핌은 계속해야 한다"며 "치료중단의 협의 절차는 논의 시점과 주체, 이견 대립시 조정방법 등의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관련 이 교수는 "환자가 의사 결정 능력을 갖췄다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회복 불가능한 환자는 거의 모두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며 "사전지시서(advanced directives)나 생전유언(living will)도 좋은 방책"이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아무런 대책이 없으면서 회복 불가능한 환자는 원칙적으로 의사와 보호자가 결정의 주체로서 환자 상태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종교인이나 사회상담원 등과 상담을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의사는 생명윤리위원회 등에서 동료의사와 협의를 거치고 치료 중단에 대해 자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호자와 의사는 상담과 협의 내용 및 결과를 기록해야 하며, 치료 중단 절차를 준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할 때에는 형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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