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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월드컵 열기에 외면당하는 병원파업
[ 2002년 06월 18일 02시 48분 ]
'월드컵에 웬 파업?'

전국적으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가톨릭, 경희의료원 등 일부 병원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사간 첨예한 대립이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8개 병원노조의 장기파업은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에 파묻혀, 사회적 관심의 변방에 놓여있다.

사실 월드컵 직전에 예고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정부와 병원사용자, 노조 모두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겨 줬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바라는 국민 열망속에 병원파업 사태가 조기 타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한결같다.

이 와중에 제기되고 있는 '월드컵에 웬 파업'은 이미 지난해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당시 각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왕가뭄에 웬 파업' 혹은 '외환위기에 웬 파업'과 일맥 상통하는 여론호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직권중재를 내세워 노조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할 뿐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병원측에 노조를 고소고발할 것을 종용하는 사례가 목격될 정도다.

해당 병원 노사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처럼 약간의 여지도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장기파업의 원인을 병원 사용자측에 돌린다. '직권중재'를 빌미로 교섭을 회피하고 면담조차 응하지 않으면서 '징계, 고소고발, 무노동무임금 적용, 손해배상청구, 직장폐쇄' 운운하며 병원측이 극심한 노조탄압을 일삼고 있다며 주장한다.

게다가 모대학병원은 재단 관계자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를 접촉해 "불구속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파업을 접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소·고발할 태세다.

병원 사용자측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직권중재가 현행법인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한다. 노조가 억지 주장을 펼치며 파업을 위한 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조파업 기간중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재정적인 손해도 적지 않다.

이같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태 전말에는 직권중재가 유무형의 원인 제공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주장처럼 직권중재는 더 이상 병원파업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매년 병원파업 장기화를 유도하며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작금의 병원파업 사태를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설픈 직권중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 병원 파업은 결국 애꿎은 환자와 보호자뿐 아니라 병원과 노조 모두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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