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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소화기관용약 대량삭감 불만 거세
[ 2002년 07월 10일 12시 17분 ]
심평원이 최근 '소화기관용약 세부인정기준'에 대해 현지확인심사와 정밀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대량삭감이 가시화될 것을 우려하는 병원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은 한 목소리로 현실에서 벗어난 기준이 적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심사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일선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에게만 보험이 적용되는 정장제의 경우 아예 외래처방이 불가능하도록 전산경로를 봉쇄하는 미봉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타 약제의 경우 '경제적인 약제 우선 투여' 등 모호한 기준이 제시된 상태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각 약품별로 보험적용이 되는 범위를 정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책임을 일선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며 "가격 차이가 심한 H2의 경우 4주만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위해 비싼 약을 우선 투여할 수밖에 없는 등 기준 자체에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B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전산처방을 막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월 7만건에 육박하는 외래처방건수를 감안할 때 사전심사는 아예 불가능해 대량 삭감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기준과 관련 "내시경검사를 통해 질환이 입증될 경우에만 투여가 허용되는 일부 기준의 경우 검사의 남발로 정작 내시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 대책회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환자들의 항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소한의 적응기간을 부여해야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C병원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수행해야 하는 궤양치료제 기준을 검토한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대다수 환자들이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내시경 검사를 의사의 판단을 배제한 채 진행해야 하는 등 의사의 진료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거의 모든 처방에 포함됐던 소화제의 기준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처방 이전에 심사기준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전산으로 띄우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D병원 관계자는 "삭감을 피하기 위해 외래 소화제 처방을 비급여로 처리할 경우 환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모호한 규정을 통해 대규모 삭감과 환자 불만 등 문제점을 모두 일선 병원에 떠넘기는 비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의사들에게 바뀐 규정을 제대로 설명할 시간도 없이 모니터링만으로 올바른 처방을 유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최소 3∼6개월간 적응기간을 부여해야만 혼란과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지호기자 joyjh@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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