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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병원계 파업과 정부의 법 외면
[ 2002년 07월 24일 03시 20분 ]
"이 나라는 정부가 앞장서서 불법을 자행하고 있어요. 법이라는 것이 원칙대로 집행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희의료원 한 교수.

"나는 정부에 대해 공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있는 법을 안지키면 어떻게 합니까. 법이 잘못됐으면 지키고 나서 고쳐야 하잖습니까." 경희의료원 사무직 과장.

파업 두 달째를 넘긴 경희의료원은 요즘 이 같은 정서를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 직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아예 드러내놓고 무정부론을 외치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의료원은 현재 노사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선 실정이다. 양보의 시점을 놓친 탓에 불퇴결사로 임하는 노사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적대관계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골이 깊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근래 의료원 직원들이 느끼는 정부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 공론이다. 과연 "정부가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이들이 던지는 의문이다.

직원들의 불만은 상황이 해결하기 힘든 선까지 치달았지만 정부가 직권중재를 내려 놓고도 유명무실한 종이짝으로 격하시킨데 기인한다. '악법도 법'이고 법은 그 자체로서 존중돼고 지켜져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뒤짚어 놓았기 때문이다.

직권중재 결정은 현재 그 실효성을 사실상 잃었다. 현행 법상 직권중재를 거부한 노조의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된다. "정부는 그럼에도 몇 달씩 병원 로비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노조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못하다"며 직원들이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배경으로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병원 측에 대한 비난도 제기된다.

경희의료원은 파업 두달을 넘어서면서 외래와 병상가동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환자와 보호자들, 새로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는 국민들의 불편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그런 측면서 대다수 직원들은 정부는 이제라도 법에 따른 원칙 준수를 요구한다. 이후 파업사태 및 노사협상에 대한 시시비비는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직권중재 위헌도 악법적 소지가 있으면 차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앞장서 외면하는 '법의 정신'으로 인해 오늘도 환자와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수많은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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