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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구심점 흔들리는 의협 신회장 집행부
[ 2002년 09월 17일 02시 39분 ]
의협이 거창하게 추진할 계획이었던 지역별 릴레이식 '의약분업 철폐 결의대회'는 예상치 못한 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로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친 결과를 얻고 제 1막이 끝났다.
중간 과정이 빠진 가운데 시작(호남)과 끝(영남)이 어렵사리 구슬을 꿰었지만 대국민 홍보효과는 물론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투쟁력을 과시했는지도 의문이 들고 있다. 많은 의료계 인사들은 "하필이면 이때 왜 태풍이…"라고 탓하지만 그러한 요인으로 돌리기에는 의협의 구심점 역할이 너무도 미약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번 의료계 집회는 대선 국면서 '의약분업 철폐' 계기를 만들어 정부와 대선 후보들과의 관계에서 의협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상의하달식보다는 하의상달식 과정을 거쳐 절대 다수의 의사들이 참여하는 분위기를 고취시키고자 한 측면과 국건투 회의서 결의한 모양새를 갖춘 것도 그 같은 연유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태풍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은 의협은 물론 각 지역의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던졌다. 집회 강행 여부를 놓고 지역 의사회와 의협은 눈치를 봤고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의협은 국건투서 결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신회장 등 집행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즉답을 피했고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급기야 충청권 의사회가 현지 사정과 국민여론을 들어 연기를 선언했고 이어 대구·경북등 영남권과 서울·인천·강원 등 수도권도 회장들이 숙의 끝에 연기를 발표했다.
의협 창립이래 지역의사회가 자체적으로 중앙의 결의사항을 뒤짚은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신회장 등 집행부는 연기된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 것은 현실이 됐고 부산이 주축이된 영남권 의사회의 성공적 행사(자체 평가)로 그 나마 위안을 삼았다.
의협은 이번 결의대회를 지역 즉 밑에서부터 열기를 고취시켜 전국적인 집회로 이어갈 계획이었다. 지역별로 이번 결의대회를 놓고 찬반 양론이 상충됐지만 신회장 의지를 읽은 지역회장들이 결국 손을 들어준 것도 그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신회장은 릴레이집회 중단을 시도 회장들의 결정으로 멈추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오히려 지역에서는 의협이 결단을 내려주길 원했는데도 말이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4월 중국민항기 추락때 집회 연기를 결정한 가슴 아픈 기억이 작용해 선뜻 연기 결정을 못내렸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국민적 여론과 일반 의사들의 의식 등을 고려하면 신회장의 보다 민첩한 상황 판단이 아쉽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의료계가 중심없이 흔들리는 모습만 보여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협 회장이 국건투 위원장인데 자기가 조금만 현실을 인식했다면 충분히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의협이 밑에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직접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래 의료계서는 신회장 등 집행부가 실기한다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제기된다. 이번 릴레이 집회를 놓고도 그 같은 지적이 나왔고 불만도 상당히 표출됐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신회장은 지난 14일 부산 결의대회 참관후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스스로 다음 결의대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는 전언도 있다. 신회장이 과연 흐트러진 의협 집행부를 추스려 직선회장으로서 내건 '의약분업 철폐' 기치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관심이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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