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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복지부 발표 통계 수치의 함정
[ 2002년 11월 01일 14시 29분 ]
내년도 수가 인하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배수진을 치며 또 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의료계는 "만약 진찰료가 인하되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 역시 의약분업 혜택을 독점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로 인해 보험재정이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고 판단, 수가 인하를 강행할 태세다. 수가 인하 폭이 관건이지만(정부는 8.7%)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도 인하는 필연적이다.

의료계는 정부 발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는 상황서 복지부가 지난달 28일 배포한 자료에는 통계상의 자의적 측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복지부는 이 자료서 의약분업 전인 2000년 상반기에 비해 의원급의 요양급여비가 2001년에는 56%, 2002년에는 무려 64%가 늘었다고 밝혔다. 수치상으로는 복지부 발표가 맞다.

의약분업후 약국이용자 전환-환자 자연증가 배제

하지만 복지부 통계에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환자가 늘어나서 요양급여비가 증가한데는 그만한 요인이 있는 것을 정부는 배제한 것이다.

우선 의약분업후 약국에 가야할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약국에 가는 비율이 30%정도 늘었다. 정부는 의약분업 취지를 '약의 오남용 근절' '국민들의 약에 대한 접근 제한'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밀어 부쳤다. 당연히 약국 이용자는 줄고 의료기관은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오히려 정부가 의약분업 취지로 원했던 바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사제 및 항생제 사용이 줄어들었다며 의약분업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측면서 가능한 것이다.

급여비 청구 증가와 관련, 짚어야 할 대목은 매년 발생하는 환자 자연증가분과 한해 3천명씩 쏟아지는 의대 졸업생들로 인한 개원증가 역시 누락됐다. 이를 추산하면 실질적인 측면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입 통계치는 복지부 발표와 다를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복지부의 이날 자료에서 의료기관 기관당 평균 요양급여비 변화는 2000년 상반기 9천3백만원이었던 의원들의 요양급여비가 2001년 상반기 1억3천700만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1억3천만원으로 오히려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차례 수가인상은 분업전 실거래가제 따른 약가보전 차원

복지부는 자료에서 의약분업 이후 개원의들의 집단 시위때마다 수가가 다섯 차례에 걸쳐 무려 48.9%나 인상됐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복지부는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전인 1999년 11월15일 의약품 실거래가제 시행에 앞서 수가를 한 차례 인상했다. 또 2000년 4월에도 추가 인상했다. 이는 의약분업이 아닌 정부가 저수가라는 측면을 사실상 인정, 그동안 묵인했던 의료기관의 관행적 약가 마진을 보전해 주는 차원서 추진한 것이다. 분업 이전 약가 마진에 대한 보전 차원이지 의약분업 이후 의사 집단시위로 인해 인상된 것은 아니다.

또 고가약 처방이 크게 늘어 약품비 증가를 초래했다는 발표도 의료계를 자극한다. 이는 분업 시행전 의료계서는 처방전이 공개되면 필연적 상황으로 다가온다고 공공연히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보험재정에 부담이 가는 부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 의약분업 후 약국에서 처방된 약이 저가약이라는 소리를 들은 환자들이 고가약으로 바꿔달라는 항의가 의료기관에 끊이지 않았다. 의사들 역시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어떤 고가약을 처방하느냐에 따라 그 의사의 실력이 가늠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일어나면서 고가약 처방은 트랜드로 자리잡아간 것이다.

통계로 인한 불신 증폭은 정부·국민·의사 모두 손해

복지부가 이번에 발표한 자료는 내용상으로는 이해 가능하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보험재정을 근간으로 해서 자료를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고육지책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는 그 근거와 추계 과정이 객관성을 지닐 때 정당한 통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복지부 발표 후 의료계는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도 "또 복지부가 작위적 통계치를 내놓고 있다"는 불신감만 증폭시켰다.

이 같은 불신과 의혹은 의약분업 정착과 보험재정 절감에 절대적인 협조 대신 의료계의 비협조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정책이 가져온 후유증과 그로 인한 정책변경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복지부가 더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 고조 등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는 절대적 협조가 필요한 의료계의 비협조도 한 몫 했다.

정부가 이번 발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취하고자 하는 것은 보험재정 절감이다.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원적 처방없이 객관성이 결여된 통계 발표와 임시방편적 조치가 이어진다면 의료계와의 불신과 대립은 끝이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로 인한 의료계와 환자들의 불신은 결코 정부가 원하는 의약분업을 포함한 의료정책의 정착과 보험재정 절감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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