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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중국인 老의사의 고향집 찾기
[ 2002년 11월 19일 01시 55분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칠순이 넘은 중국의 한 신경외과 의사가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잊지 못해 수천리 바닷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화제다.

중국 사천(四川)성 천북(川北)의학원 부속의원 신경외과 부교수인 장여의(張汝義·71세)씨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

장 교수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10일. 그는 10·11일 이틀간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과 가천의대가 개최한 '뇌·척추 신경내시경 수술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 도착했다.

그에게는 미화 500달러의 워크숍 참가비도 적지 않은 부담인데다 천진항을 출발해 9일 오후 인천항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일주일을 기차와 배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는다는 마음이 먼저 앞섰다.

장 교수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 곳은 바로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아버지를 비롯한 온 가족의 자취가 진하게 남아있는 인천에 위치한 옛 고향집.

1931년 4월 인천시 중구 북성동 '인천 중화기독교회'에서 장봉명 목사의 다섯째로 태어난 그에게는 위로 누나와 형이 각각 2명 있었다. 그의 가족은 장목사의 재임 기간(1930∼1934년)을 전후해 교회 근처 관사에서 살았다.

그러다 1930년대 중반 중국 산동지방으로 다시 건너갔지만 곧 중일전쟁의 여파가 확산되는 바람에 사천까지 가게 됐다. 전란이 끝난 후에도 홍위병들이 서슬 퍼런 위세를 떨치던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장교수는 '내 고향은 바다 건너 인천'이라는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60여년을 살아왔다.

그는 분명한 중국인이며 중국에서 칠십 평생을 살아왔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을 동경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던 차에 가천의대 길병원이 마련한 국제워크숍이 장 교수로 하여금 고향을 찾아 나서게 만든 셈이다.

60여년만의 고향 찾기

그의 '고향 찾기'는 국제워크숍이 끝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향집에 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10살 위 누나로부터 "아버지가 목사로 계시던 교회가 있었고 당시 교회 근처 중국인 학교에 몇 년간 다녔다"는 등의 사실뿐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너무도 변해버린 주변 환경 때문에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더구나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혈혈단신으로 인천을 돌아다니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렇자 가천의대 길병원은 노(老) 교수의 고향집 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병원측은 신경외과 이언 교수를 중심으로 통역사를 급히 구하고, 장 교수가 묵을 숙소를 구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찾은 빛바랜 사진 한 장

병원은 중국인인 장교수의 부친이 목사생활을 했다면 인천에서는 차이나타운 밖에는 없다는 가정 아래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중구 북성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탐색작업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나서면 월미도가 보였다. 누나가 중국인 소학교에 몇 년간 다녔다'는 장 교수의 기억과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만난 화교들의 도움으로 그의 부친이 목사로 지냈던 인천중화기독교회를 찾게 됐다.

마침내 지난 14일 장 교수는 중화기독교회측의 도움으로 빛바랜 사진첩에서 부친을 비롯한 가족들이 함께 찍은 빗바랜 기념사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15일 오후 인천항을 통해 예정대로 출국한 그는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도 여한이 없다"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애를 써 준 한국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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