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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복지부 "그리아시기 바랍니다" 공문
[ 2002년 11월 20일 03시 33분 ]
대통령 선거때마다 '선심행정' 논란에 휩싸이던 공직사회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어느때보다 줄어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제(諸) 정치권의 선거중립 강조 등의 원인이 있겠지만, 차기 정권에서 문제가 되는 일은 피해가자는 '복지부동'이 작용한 탓도 크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추진·건강보험재정 안정·수가 및 약가제도 개선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각 정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거나 정책방향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 복지부가 대선 열기에서 한 발짝 비켜가고 있는 이유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요즘 행태를 보면 '대선정국이니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사례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사용이 감소했다고 자랑하던 복지부가 정작 분업 정착 이후 추진해야 할 과제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의 문제에 대해 '앞으로 언제 어떤방식으로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의약분업→의료전달체계 개선'이라는 정책의 연속성이 공백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 시간에도 중증질환에 걸려 가계가 파산하고, 병원이 도산해 의사가 떠나고 있는데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속내인 것 같다.

복지부는 한발 더 나아가 각 관련 단체가 현 정책의 수정 및 보완을 건의하거나 요청하면 '검토해 보겠다'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식으로 말끝을 흐린다.

충분한 검토야 필요하지만, 정작 건의한 단체가 듣고싶은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관련 단체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얼마전 병원협회는 복지부로부터 찜찜한(?) 공문을 받았다.

'의료급여 혈액투석 정액수가를 행위별 수가로 별도 산정해 달라'는 병협의 요구에 복지부는 "추후 면밀히 분석해 재검토할 예정이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을 보냈다.

병협측 인사는 "'그리 알라'고 하는 것은 복지부가 나중에 알아서 할테니 너희는 가만 있으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진강기자 kjk1223@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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