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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술로 예술·예술가 해부한 老의사
[ 2003년 02월 06일 02시 24분 ]
"예수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Giotto di Bondone)'가 그린 '십자가의 예수'를 보면 예수의 오른쪽 가슴에서 마치 분수처럼 피가 솟아오른다.

역사적인 사실 관계를 벗어나 단순히 의학적으로 이 그림을 살펴보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심장 또는 큰 혈관이 찔려 있는 상태다.

의학적으로 심장이나 굵은 혈관을 찔리지 않는 한 그림 속 예수처럼 한 번에 많은 피가 쏟아져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심장이 있는 '우흉심'(右胸心)이라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고희를 훌쩍 넘어선 원로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77세)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명화를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명화의 의학의 만남'(예담)이란 저서를 통해 미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이처럼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그는 이 책에서 중세의 잔악한 형벌제도를 그린 그림을 통해 해부학적인 오류를 짚어냈다.

죄수의 창자를 배에서 끄집어내 형틀에 감아 돌려 죽게 하는 형벌제도를 묘사한 플랑드르의 화가 디에릭 보우츠(Dierik Bouts)와 루카스 크라나흐(Lukas Cranach d. A)의 목판화를 보며 소장을 장간막에서 분리할 때 칼을 쓰지 않고서는 절대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독사에 물려 죽은 클레오파트라를 묘사한 그림을 바라보는 원로 법의학자의 시선은 또 어떤가.

클레오파트라와 그녀의 몸종인 이라스와 샤르미온이 함께 죽어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몸종과 여왕이 같은 독사에 물려 죽는다는 것은 법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소 싱거운(?) 결론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의 저서는 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미술이 얼마나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과 또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곰곰이 되새겨보게 한다.

이미 그는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모차르트의 귀' 등의 책을 통해 '예술과 의학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모짜르트의 귀'를 통해서는 요절한 작곡가들의 단명 원인을 흥미롭게 분석했다.

또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에서는 하이든, 바흐, 브람스 등 60세 이상 살다간 서양 음악가들의 장수 비결을 소개함으로써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가들의 삶을 우리 곁으로 바짝 끌어내렸다.

최근에는 서울 명동의 롯데화랑에서 문 박사의 저서 '명화와 의학의 만남'을 주제로 기획 전시회를 마련, 또 한번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전시회에서는 잔혹한 사형방법을 묘사한 '캅바세스 왕의 재판' 등 해부학적 지식을 담은 작품 40점의 복사본이 문 박사의 해설과 함께 선보인다.

의학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노의사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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