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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료계와 심평원, 불신의 벽
[ 2003년 04월 10일 07시 41분 ]
중국에서 불어온 '사스'가 심평원에서 내놓은 '감기 등 급성호흡기 감염 심사원칙'에 대해 의료계서는 '진료거부'라는 초강경 대립으로 의료계와 심평원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불거졌다.

사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서는 의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질병군인 상기도염의 무분별한 진료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수 개월전부터 검토해왔다.

OECD국가 중 주사약과 항생제 남용 1위라는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한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의료비 지출도 낮추고, 국민보건 증진도 기여할 수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심평원에서 이러한 심사원칙을 발표하자 처음에는 모 언론사에서 사스와 연관한 보도를 했고, 의료계는 "사스환자들보고 다 죽으란 말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일부 개원가에서 "감기환자 진료거부"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당혹스러운 것은 심평원이었다. 이번 심사원칙은 '사스'와는 무관하고 더욱이 심사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의료계와 협의하자고 한 안 이었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이라고 할까? 심평원은 '사스'를 볼모로 과민반응하는 의료계에 심사위원이 방문하여 오해가 없도록 설득하는 등 발빠른 대응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중진 교수는 "심평원의 심사원칙이 삭감원칙은 아니지만 진료비 심사 잣대로 그대로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1차 진료를 담당하는 개원가에서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진료권을 무시하고 무원칙적으로 삭감해 병의원이 독이 오를대로 올라있는 마당에 아마추어식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보고 '국민의료비 증가 억제'와 '진료권 확보'라는 범주에서 의료계와 심평원의 커다란 불신의 벽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런 측면서 의료계는 왜 그런 심사원칙이 만들어지게 됐는지, 심평원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무엇때문인지 깊은 생각을 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기철기자 kgc@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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