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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병원 올 산별교섭 '눈치보기' 역력
[ 2003년 04월 29일 14시 49분 ]
29일(화)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세미나실.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를 앞두고 세미나실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사각형의 테이블에는 20여개의 생수병과 빈자리가 주인을 기다리며 덩그러니 놓여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처럼 이날 상견례 자리에는 국내 주요 국공립병원 및 사립대병원 병원장(의료원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견례에 참석한 병원은 인천의료원을 비롯 지방공사의료원 산하 9개 병원과 일신기독병원, 성남병원 등 중소병원 2곳 등 총 11개 병원에 그쳤다.

그러나 병원장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단국대병원을 비롯해 원광대병원, 광주기독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등 13개 병원에서는 사무국장등 행정 담당자가 참관인 자격으로 자리를 지켜 산별교섭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병원 사용자측= 지난해 실시된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측과 산별교섭에 합의한 병원은 모두 63개 병원이다. 그러나 이날 상견례에 병원장이 참석한 병원은 11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노사간 공동교섭을 가진 경험이 있는 지방공사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경우 비교적 높은 참여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산별교섭을 위한 노사간 첫 만남에 참여하는 병원들이 소수에 그친 것은 산별교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탓도 있지만 병원간 '눈치보기'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지역 한 대형병원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는 참석하지 않는데 우리만 나갔다가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며 "당분간 다른 병원의 참석 여부를 파악한 다음 그에 맞춰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병원장들의 경우 이날 아침까지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상견례 자리에 참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견례에 참가한 병원장들은 한결같이 "노사가 함께 공생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과연 15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규모의 병원들이 산별교섭을 통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산별교섭에서 병원 사용자측의 대표단체로 과연 누가 나설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로 제기됐다.

상견례에 참석한 한 지방공사 의료원장은 "중소병원 중 병협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병협이 노사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지방공사의료원 산하 26개 병원의 대표단을 구성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150여개에 달하는 병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단을 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병원장은 "전체 병원이 함께 산별교섭을 추진하기보다는 병원의 특성별, 지역별로 나눠 산별교섭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 병협이 사용자측 대표로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노조는 이날 병원장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로 병원장들의 '눈치보기'를 들었다.

한 대학병원 노조지부장은 "그동안 병원장을 만나 오늘 상견례에 참석할 것을 설득했다"며 "그러나 섣불리 참석했다가 다른 병원으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최근 서울 지역 사립대 병원장들간 모임을 갖고 오늘 상견례에 참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한 곳이 나서면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식으로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노조는 이날 상견례에서 병원사용자측의 교섭대표단 구성에 있어서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각 병원장들이 병협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도 있고, 또다른 방안은 산별 집단교섭에 참가하는 병원들 가운데 지역별·특성별로 나눠 대표단을 구성해 교섭대표단에게 교섭권 및 체결권을 위임하는 것이다.

보건노조 윤영규 위원장은 "최근 병협의 회장과 총장을 만나 산별교섭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병협측은 현재 정관 규정에 노사관계에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산별교섭에 합의한 63개 병원에 대해서는 합의 사항을 적극 이행할 것을 촉구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보다 많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 일단 이날 상견례는 병원사용자측의 참여율이 저조해 교섭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병원계 처음으로 산별교섭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데 의미가 있다.

병원 참여율이 저조한 문제는 이미 지적된 것처럼 병원간 '눈치보기'를 과감히 탈피하고, 어느 한 곳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병원 사용자측이 교섭대표단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향후 산별교섭의 성공을 가름하는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측면서 앞으로 노사간 산별교섭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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