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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심평원과 자하의 욕속부달(欲速不達)
[ 2003년 04월 30일 02시 50분 ]
29일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감기 심사원칙 설명회는 당초 예상대로 의료계와 심평원이 열띤 공방만 펼친 끝에 결국 일체의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이번 설명회는 애초부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장은 실제 이보다 휠씬 더한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참석한 의사들은 심평원의 주제발표 내용 뿐아니라,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공격적인 언변(言辯)을 퍼부어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위한 자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는 결국 설명회가 끝난 후 야기됐지만 많은 방청객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고성이 오고가는 사태까지 촉발한 화근(禍根)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이번 심사원칙을 두고 '현실은 무시한 채 지나치게 교과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논리로 반박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화(禍)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의사들 주장을 뒤집어 생각하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교과서는 일종의 바이블(Bible)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은 갑남을녀(甲男乙女)도 인정하고 있어 이번 심사원칙이 교과서적인 측면만 강조한 탓에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면 결국 현실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않고 있는 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평원도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갖는 설명회 자리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를 놓고 가시적인 합의점을 기대한 부분에서 너무 성급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 노나라때 공자(孔子)의 제자중 한 사람이었던 자하(子夏)가 작은 마을의 지방관으로 부임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마을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지를 몰라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일을 너무 빨리 하려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며 "일을 너무 빨리 하려하면 오히려 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欲速不達)"고 말했다.

앞으로 쌓아야 할 탑들이 수없이 많은 와중에 이제 겨우 돌 하나를 올려 놓은 심평원 신영수 원장도 이번 공청회에서 '자하(子夏)의 욕속부달(欲速不達)'을 한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언성까지 높이며 대립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심평원이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올바른 원칙을 갖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으려면 차라리 조직의 역량강화에 집중하고, 감기 심사원칙은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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