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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김재정 회장의 고뇌·의사들의 고민
[ 2003년 05월 22일 13시 03분 ]
김재정 회장이 의협에 다시 복귀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회장 취임이후 접한 그의 언행은 과거와는 품격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처방전 2매 발행을 수용하되 약사의 조제내역서 1매 발행 의무화를 전제로 한 것 때문이다. 복지부와도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고 김회장 특유의 승부수도 던졌지만 예상외 반향에 당황한 느낌이다.
처방전 2매 발행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사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의료계가 내홍 양상을 띠고 있다. 지금(1매든 2매든 무관) 괜찮은데 굳이 2매를 받아들이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김회장 집행부에 '서슬퍼런 언도(言刀)'를 겨누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회장 뿐 아니라 새 집행부의 고민은 쌓여갔다. 더욱이 반대 명분이 집행부 결정을 적지 않게 오해한데서 비롯되자 섭섭함도 그 만큼 커졌다. 법이 엄연하고 정부와 약사회, 시민단체라는 협상 대상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방책을 찾았는데 왜곡되는 상황에서는 허탈감마저 들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복지부는 처방전을 2매 발행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 지금까지와 달리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강행하기 위한 법적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만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소위 '악법도 법'이거늘 왜 의사들만 예외냐는 것이 주된 요지. 복지부로서도 더 이상 의료계를 눈감아주는 편법 행정을 펼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행정처분 등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를 파악한 김회장이 김화중 장관과 뜻을 나눴고 처방전 2매를 수용하되 반대급부로 약사의 조제내역서 발부를 전제했다. 조제내역서는 그동안 "환자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알아야 한다"며 의료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자 정부는 물론 그동안 친약계 입장을 취해온 시민단체들도 수용하는 태세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법으로 명문화됐고 또한 예전과 달리 이젠 지키지 않으면 회원들이 다치기 때문에 우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약속하면서 약사에 대한 요구사항을 쟁취하는 측면으로 접근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한 문제점 제기와 이를 개선하는 쪽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의협의 요구와는 달리 약사회가 별도 조제내역서를 발부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완강히 견지하고 있다. 결국 처방전 2매와 조제내역서 발행이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법적인 측면에서 처방전 1매 발행은 불법이 된다. 의사들에 불리한 조치(행정처분 등)가 구체화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의사들의 고민과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닥쳐올 현실에 대한 실리와 그를 얻기 위한 명분을 잘 새기지 못하는 측면에서는 안타까움이 든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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