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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우리가 최초' 선점경쟁…폐단 우려
[ 2003년 07월 03일 01시 52분 ]
병원계에 '우리가 국내 처음'이라는 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처음'이라는 부분이 대내외에 부각될 경우 타 병원에 비해 좀더 앞서나간다는 이미지를 전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임에 따라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기 중심 선점 경쟁 치열…오보 사례까지 발생

'첫' 경쟁이 가장 불붙고 있는 분야는 의료기기 분야다. 의료기기가 점점 다양화되고 진료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같은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치열한 경쟁양상이 '오보'로 이어지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S병원은 언론사에 최신 CT를 국내 처음 도입했다는 자료를 보냈다가 타 병원의 항의를 받는 일도 일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클리닉 개소나 학술 자료, 진료과 개설 등을 둘러싸고도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색적인 분야도 있다. 여성전문병원인 강남 차병원과 삼성제일병원의 '첫 아기' 보도 경쟁이다.

즈문둥이 출산을 기점으로 시작된 '첫 아기가 어느병원에서 태어나는 가'의 논쟁은 올해도 여지없이 재현됐으며 어느 병원이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병원의 관계자는 "국내 처음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한 분야의 개척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병원의 외형이나 설비 등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리한 자본 투자 등 폐단 속출…공조체계 이룩해야

하지만 이같은 선점 경쟁이 낳는 폐단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대학병원의 관계자는 "병원계에서 처음으로 어떠한 기기를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1~2년사이에 타 병원들도 이미 동일한 기기를 구비, 별 차별성이 없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병원은 좀더 업그레이드 된 기기를 구비하려고 하게되고 이렇게 될 경우 기존 기기들은 효용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즉 최근 병원이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선점경쟁에서 비롯된 무리한 자본 투자와 불필요한 기기교체 등도 한 몫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타 병원이 한다고 무리하게 클리닉 등을 개설, 의료진 부족 등으로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라며 "우리 병원은 아예 이미 먼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 병원계에는 '공조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설비나 기기를 설치할 때 일정 병원들이 함께 공동으로 투자, 이를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 세태에서 선점경쟁은 병원들의 심각한 경영난과 자원 낭비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공조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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