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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김재정회장과 건강보험 그리고 DRG
[ 2003년 08월 24일 13시 16분 ]
의협 김재정 회장이 DRG 전면 시행을 앞두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의협 아니 의료계 수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표명했다.

DRG는 사실 의사 개인으로서 뿐 아니라 의협 회장으로서 그가 지니고 있는 철학과 배치된 제도다. 이는 그가 의협에 재입성하면서 내건 취임 일성인 '대한민국 건강보험 틀 개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도입 자체부터 문제의 근원을 제기하고 있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심각한 모순이 있다고 주장하는 그다. 하지만 그가 회장이 되면서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현재의 난맥과 같은 보건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건강보험 틀 개편'이었다.

정부 관료를 만나거나 심평원 및 공단과의 간담회, 특히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서는 이 같은 부분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건강보험 자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데 지금은 하석상대의 모양새를 띤 응급처방에만 집착하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회장에서 물러난 뒤 많은 시간을 건강보험 등의 공부에 할애했다. 회장이 된 이후 그는 가끔 수첩을 꺼내 보이는 습관이 생겼다. 수첩에는 각종 수치가 깨알처럼 적혀 있다. 주로 보험에 관한 통계 수치다.

정부나 특히 정부 발주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통계에 대한 반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된 내용이 많다. 이 내용은 주로 회장이 되기 전 공부하면서 메모했던 수치들이다.

김 회장은 며칠 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후 두 번째이고 안건은 DRG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 자리서 DRG에 대한 위기감, 의료계에 몰려 올 파장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때론 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귀결은 DRG가 실시되면 의료계는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대목서 비유를 들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의료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의료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로 DRG를 보고 있다"며 "이 것은(DRG) 의약분업보다 더 큰 사건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과장됐는지 여부는 차후 파악되겠지만 어쨌든 그가 DRG를 정부의 최대 실정중 하나로 꼽는 의약분업과 대비시켰다는 측면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한 당일 병협은 조건부 DRG 수용을 표명했다.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협과 병협이 한 목소리를 냈던 상황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정부와의 갈등 편차 못지 않게 병협과의 조율이 큰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그런 측면서 현행 건보정책을 강도 높게 밀고 나갈려는 정부와 우군으로 삼아 동보(同步)해도 쉽지 않은 상황서 병협과의 갈등이 악화돼 김회장이 입장이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과 함께 3년 임기내 대한민국 건강보험의 틀을 개편하겠다고 천명한 김 회장이 그 단추의 핵심이 되는 DRG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 자신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게 할지 관심이 높아진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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