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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포화… "선배도 전문과도 없어졌다"
[ 2003년 08월 31일 14시 18분 ]
개원가가 극도의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불기 시작한 탈병원 현상에다 매년 3500명씩 쏟아지는 신규의사, 여기에다 강화되고 있는 진료비 심사...

개원의들은 "내일이 없다"며 '억'소리를 내고 있다. 의약분업 초기 호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병원문을 닫는 의원들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원가는 이를 1차의료의 위기로 규정한다. 2003년 오늘을 사는 개원가의 현실은
위기인가? 구조조정기를 맞은 것인가? 데일리메디는 다섯차례에 걸쳐 1차의료의 현
실과 문제점, 대안을 정밀분석한다.<편집자주>

[1탄]개원가 포화…"선배도 전문과도 없어졌다"

최근 경기도 A시는 외과개원의협의회를 창립했다. 외과 개원의를 다 합해봐야 20여
명 남짓하지만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

한 외과개원의는 "한 건물 건너 동네의원이 들어서면서 의료기관 간판 시비가 끊이
지 않고, 과도한 경쟁으로 의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전문과목 의사간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부랴부랴 협의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다.

의약분업 이후 개원의가 급증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일부 시도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복지부 자체 분석결과 의약분업 이전 대비 의원수는 전국적으로 20% 가량 늘었다.
그러나 경기도에 소재한 의원수는 99년 3202개에서 올해 6월말 현재 4550개로 42%
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11% 늘어났다.

'개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구리시는 더욱 심각하다.

7월말 현재 구리시에는 의원 106곳이 개업중이다. 의약분업 이전인 2000년 4월 70
곳에서 무려 51%가 늘었다. 이기간 시 인구가 1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
발적이다.

구리시의 P의원은 "의원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에서는 환자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불법 과대광고를 하는 사례가 느는 등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면
서 "옛날에는 개원하면 선배들에게 두루 인사도 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서울의 한 구의사회는 얼마전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동네의원을 적발해 이례
적으로 경고조치를 내렸다.

개원이 늘어나면서 환자가 줄고, 이로 인해 진료수입이 30% 가량 줄었다는 것도 동
네의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전문과목 포기 현상 심화
개원급증과 함께 동네의원간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전문과
목' 포기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경기도에서 개업중인 전문의는 '○○의원' 간판을 내리고 같은 자리에서 '○○
외과'으로 명칭만 바꿔 달았다가 큰 낭패를 보고 결국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간판을 교체하기 이전에 비해 환자가 급감해 도저히 의원을 운영할 수 없었다는 것
이다.

특히 외과계 전문의들은 대장항문과 같은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전문과목을 표기하
는 것이 사실상 모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양시의 한 외과전문의는 하루 진료환자 가운데 외과환자는 5%에 불과하고 대부
분이 감기환자나 소아환자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문의는 "과거와 달리 웬만한 외과환자들은 바로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개원가
에서는 수술을 할 수도 없고, 환자가 적다보니 원가가 맞지 않아 이런 환자는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전문과목 외에 진료과목을 6~7개씩 표방하는 동네의원 간판도 심상치
않게 눈에 띄는 것이 실상이다.

반면 구리시 소아과의사 K씨는 "10년 전만해도 소아환자는 소와과만 봤는데 요즘
에는 마취과도, 정형외과도 진료하면서 전문과 특성이 사라졌다"면서 "전문과 진료
만 해서 먹고 살 수 없어 이런 문제가 생기겠지만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무차별적 경쟁, 개원비용은 증가
이같은 개원급증에다 전문과 특성이 사라지면서 1차의료가 무차별적 완전경쟁체계
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지만 개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오히려 늘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땅한 처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서울의 개원의 K씨는 "적정하게 진료해도 의원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
지 않으면 1차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며 "특히 약국의 불법 임의조제가 난무하면서
환자가 더욱 감소했다"며 의약분업을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개원가가 위기를 맞고 있다. 개원이 느는데다 신규의사가 과
잉공급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초기투자를 줄일 수도 없다"면서 "단기처방도 중요하
지만 가정의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공보험과 민간보험 역할 정립 등 근본적인 대책
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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