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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개원가' 불황탈출 안간힘
[ 2003년 09월 03일 11시 44분 ]
개원가가 극도의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불기 시작한 탈병원 현상에다 매년 3500명씩 쏟아지는 신규의사, 여기에다 강화되고 있는 진료비 심사...
개원의들은 "내일이 없다"며 '억'소리를 내고 있다. 의약분업 초기 호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병원문을 닫는 의원들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원가는 이를 1차 의료의 위기로 규정한다. 2003년 오늘을 사는 개원가의 현실은 위기인가? 구조조정기를 맞은 것인가? 데일리메디는 다섯차례에 걸쳐 1차의료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을 정밀분석한다.<편집자주>
흔히들 요즘을 '80대 20의 사회'라고 한다. 전체 부의 80%를 20%의 소수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의 한 개원의는 "의료 총수입이 100이라면 그 중 80%를 20%의 소수의 개원의가 독식하고 있다"며 "내과 소아과 등 전통적인 진료과는 갈수록 수익이 감소하고 있고,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의 일부 개원가에서 의료수익을 독점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소수의 개원가에 부가 편중된다는 것은 그만큼 나머지 다수의 개원의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과도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영구히 고착화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이 단시일 내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에 따라 발빠른 개원가를 중심으로 작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속출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속속 확산되고 있다.
공동개원·전문메디컬센터 성행
분업 이후 개원이 급증하면서 경영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공동개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공동개원이 개원가 사이에 인기를 끄는 이유는 초기 개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과 여러 진료과가 협진을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개원의는 "공동개원 선호현상은 병·의원 시설의 대형화 및 전문화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최근의 공동개원 양상은 기존 피부과나 성형외과, 안과 등 비급여 항목이 높은 진료과에서 산부인과나 내과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동개원 뿐만 아니라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하며 회원병원간 이미지 마케팅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저 방식도 급속히 번져나가는 추세다.
치과병원 연합체인 '예치과'를 시작으로 '이지함 피부과' 현재 '속편한 내과' 'GF 아이사랑' '모아 네트워크'등 다양한 프랜차이저 형태의 의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강남 등 전통적인 유망개원지를 중심으로 클리닉센터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처럼 변형된 형태의 개원이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뛰어드는 바람에 그 약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공동개원이나 클리닉센터가 더 이상 지금의 위기상황을 탈출구가 될 수 없다"며 "초기에 시작한 이들이야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었지만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결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유치, 야간·휴일진료, 그리고 제품 판매
개원의 급증과 경기 악화로 인해 피부과나 성형외과, 치과 등 비급여 진료과의 환자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의원마다 환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하거나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환자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 애쓰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야간이나 휴일진료 같은 '틈새 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북의 E피부과의 경우 토요일은 물론 휴일에도 예약 환자 등을 중심으로 오전 시간에 진료를 보고 있다. 이 병원은 특히 휴일을 하루 이틀 앞둔 목요일이나 금요일경 한차례 이상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휴일 진료에 대한 안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주5일제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부르짖고 있는 요즘, 개원가는 '24시간 연중무휴 진료'를 표방하며 어쩔 수 없이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휴일이나 야간진료 외에도 기능성화장품 판매에 매달리는 피부과나 이유식을 판매하는 소아
과 풍경도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서초구의 한 피부과 개원의는 "실제로 주위 동료의사들의 경우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휴일 진료나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의사도 사람인 만큼 쉬는 날도 없이 진료를 하다보면 피로가 누적돼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자칫 의료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분업이후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공동개원을 비롯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휴일·야간진료 등 다양한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단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정부의 의료정책에 달려있다.
강남의 한 개원의는 "일부 진료과에서 교묘하게 비급여 진료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결국 정공법이 아닌 편법을 사용하는 개원가가 늘어날수록 정당한 의료수가에 대한 요구나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실현하는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수가의 현실화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개원가 수의 자연스런 구조조정"이라며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불황이 지속된다면 낮에는 진료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는 의사의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될 것"이러고 내다봤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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