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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현대인의 고뇌 '병원'에서 풀자"
[ 2003년 10월 09일 16시 13분 ]
"누구나 오기를 꺼려하지만 누구에게나 병원은 필요한 공간이다. 몸의 질환을 치료하고자, 또는 마음의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어쩌면 병원을 두려워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있어 병원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공간이지 않을까?"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병원을 새롭게 해석해 놓은 이색적인 뮤직컬 한편이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성지뮤지컬 컴퍼니의 코믹 뮤지컬 ‘웁스’가 그 주인공.
이 극에서는 소위 '나이롱 환자'라 불리우는 환자 아닌 환자들의 병원 생활을 담아 '마음까지 치유하는 병원'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창출해내고 있다.
실제로 이 극을 위해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대병원 등 현존하는 병원들이 극을 후원하고 대한손해보험협회 등에서 협찬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극 중 이야기는 주인공인 김무식이 모는 택시에 탄 방송기자 나잘난과 보험사가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발단된다.
기사 김무식은 피해자인 척 속이고 병원에 입원, 가짜 환자 생활을 시작한다. 이 병원에서 실제로 몸이 아픈 사람은 교통사고로 인해 진짜 피해를 입은 단 한사람 뿐이다. 그러나 정작 진짜 환자는 극중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안에서 가짜 환자들은 모두 진짜 병을 앓고 있었음을 하나둘씩 깨닫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병원에 입원했으나 ‘야콥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괴로워하는 기자. 이루기 힘든 꿈을 꾸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간호사. 진료실 안에서 환자와의 불신으로 인해 고독함을 느끼는 의사 등등.
이들은 모두 정말 '몸'이 아픈 환자는 아니지만 한가지씩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진짜 환자들인 것이다.
그러나 병원안에서 이들 등장인물들은 그동안 서로의 고뇌를 풀어내며 잠시동안의 '쉼'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시간을 갖는다.
"병원은 비밀스러운 궁전, 놀이와 쉼이 여기에 있네"라는 구절의 노래를 계속 읊어대는 가짜 환자들에게 병원은 집나간 아내와 가난이라는 현실, 늘 바쁜 일상속에서 생기는 고독과 외로움들을 털어놓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들 등장인물들은 병원에서 나오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교통사고 사기극을 벌인 김무식은 보험사로 인해 밝혀진 진실로 죄값을 받게 되고 '야콥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나잘난 기자는 오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게 된다.
극 중 곳곳에 포함된 코믹 요소들을 따라 웃으며 숨가쁘게 극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극중 등장한 병원 사람들의 고뇌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병원'이라는 공간을 전환점으로 새로운 희망을 안게 될 것이라는 확신 또한 이 극은 안겨주고 있다.
극의 완성도와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짜 환자'를 표면으로 내세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진짜 환자'들의 단상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시도는 병원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보게 하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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