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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고혈압지침 논란…韓, 방침 못정해
[ 2003년 10월 10일 14시 43분 ]
올해 발표된 미국과 유럽의 고혈압 지침 차이는 의료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 고혈압 지침은 미국의 6차 합동보고서의 내용과 유사한 반면 7차 보고서는 많은 변화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고혈압에 대한 학계의 인식과 약제 적응증 등의 변천을 일목요연하게 조명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9일과 10일 양일간 열린 순환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쟁점별로 분류,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학회의 한 상임이사는 "미국지침과 유럽지침 사이에서 공방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아직 국내 학계에서 특정 입정을 권고하기는 시기상조"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지침을 새롭게 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견임을 전제하며 "하지만 약제 적응증 등 안정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유럽지침을 따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학회에서 소개된 미국지침과 유럽지침간 쟁점별 차이와 의의다.
▲정상혈압의 정의 차이
미국의 지침은 정상혈압을 120mmHg미만/80mmHg미만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유럽지침서에서의 정상혈압은 120~129mmHg/80~84mmHg인 경우로 규정됐다.
이 같은 규정의 차이에 대해 고대의대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는 "미국의 지침은 심혈관 사망의 위험이 115/75mmHg에서 시작되며 각 20/10mmHg 증가마다 2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고혈압은 현재 미국의 22%를 점유하는 많은 숫자라는 점을 착안, 적절한 치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고혈압 정도의 분류 차이
미국의 7차 보고서에서는 과거 사용되던 고혈압의 3단계 분류를 없애고 2단계 분류를 제시했다. 즉, 1기 고혈압은 140~159mmHg이상/90~99mmHg인 경우로 했고 2기 고혈압은160mmHg이상/100mmHg이상인 경우로 규정했다.
반면 유럽의 지침서는 과거와 같이 2기 고혈압을 160~179mmHg/100~109mmHg인 경우로, 3기 고혈압을 180mmHg이상/110mmHg이상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서울의대 내과 김철호 교수는 "최근들어 중증도 이상의 고혈압에서는 치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없어지고 있으므로 과거의 2기와 3기를 합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하지만 유럽에서는 1,2기 등 낮은 위험군과 중증도 위험군에서는 생활습관개선을 먼저 적용하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혈압환자에서 위험도 계층화 필요의 차이
미국 지침에서는 고혈압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계층화하는 과정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럽 지침에서는 위험요인과 포적장기 손상, 당뇨 등 관련된 임상질환을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기존 연령과 흡연, 지질이상, 심혈관질환에 대한 가족력 등의 위험요인에서 복부비만과 CRP의 상승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위험인자가 없는 군과 1~2개인 군, 3개 이상인 군 등으로 계층화, 치료방법을 달리하도록 권고했다.
서울의대 내과 김철호 교수는 "이 같은 차이는 유럽의 접근이 현학적이고 학문적인 것에 비해서 미국의 접근은 실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응증 질환에서 권고약제의 차이
미국 7차 보고서에서는 심부전과 심근경색이후, 심혈관 질환에 대한 고위험군, 당뇨, 만성신장 질환 및 재발성 뇌졸중의 6가지를 필수적인 적응증으로 분류했다.
반면 유럽 지침서에서는 당뇨에서 베타차단제를 권유하지 않았고 고위험군이란 분류를 하지 않았다.
▲2도이상 고혈압에 대한 복합요법 권고 차이
미국 지침에서는 2기 이상의 고혈압(160/100mmHg) 환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2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제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고 유럽 지침서에서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의 선택은 치료자가 하도록 규정했다.
경북의대 순환기내과 채성철 교수는 "처음부터 2가지 약제를 병용해 사용하는 것은 혈압을 급격히 하락시킬 위험과 효과가 없는 불필요한 약제를 사용할 가능성 등 위험 부담이 크다"며 "기존 유럽 지침처럼 단독요법으로 먼저 시작, 반응을 살핀 후 효과의 여부에 따라 병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혈압 약제선택의 권고차이
이번 미국의 7차 보고서의 약제 선택에는 지난해 12월 JAMA誌에 발표된 미국의 대규모 임상 연구 ALLHAT(Antihypertension and Lipid Lowering treatment to prevent Heart Attack Trial)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보고서에서는 ACE 억제제 리시노프릴이나 칼슘길항제 암로디핀을 비교, 각 군간의 차이가 없음을 보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칼슘길항제나 ACE 억제제를 연구해온 학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보고서는 80년대 이전의 고혈압 단계적 치료로 귀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은 베타차단제에 밀려있던 ACE 억제제의 심부전증에서 적응증을 강조, 독립 치료라는 이름으로 불러왔었다.
이는 미국의 6차 보고서에서 단계적 치료와 타협, 'Low dose combination therapy', 'Individual step care' 등으로 발전해왔으나 이번 지침에서 단계가 2단계로 줄어들은 단계적 치료로 돌아간 것이다.
울산의대 심장내과 박종훈 교수는 "아시아권에서 뇌졸중에 대한 칼슘길항제의 효과는 널리 입증된 상태"라며 "이뇨제와 칼슘길항제의 병합요법은 제한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앞으로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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