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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건보 갈등해법 단초는 '현실인정'
[ 2003년 11월 07일 04시 22분 ]
자보수가를 둘러싸고 병원계와 보험업계가 첨예한 이해갈등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그 해결책 모색에 난항이 예상된다.

5일 시민단체, 학계 등 주최로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개선 공청회는 그동안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됐던 주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양 업계간 이견차이만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공청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묵은 주제로 전락해 버린 자보수가 관련 논제들을 놓고 양 업계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됐던 몇가지 주요 사안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양 업계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을 상, 하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사회보험과 민간보험의 보험원리 차이=자보는 강제가입이란 점에서 사회보험 성격이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민간보험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 자보의 경우 창출된 수익이 결국 주주에게 배당되지만, 건보는 수익이 창출되면 급여를 확대해 나가는 등 국민의 사회보장체제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따라 현행 건강보험은 급여권내의 진료수가를 정부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자보의 경우 대부분이 급여권내에 포함돼 있지만, 진료수가는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

실제로 병협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인 MRI의 경우 서울의 한 某종합전문요양기관에서 MRI 건보수가가 48만원인 반면, 자보에서 35만원으로 고시돼 있다.

특히 병원계 입장에서는 자보환자의 수가를 급여율이 약 53%대에 불과한 상태에서 비급여 항목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급여항목에 대해서만 종별가산율을 건보수가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제외한 급여권 종별가산율만 동일적용은 무리"=지난해 12월 서울대, 연세대 등 4개 단체가 수행했던 요양기관별 경영수지분석 자료에 따른 원가분석 결과에 따르면 요양기관 종별 환산지수가 원가기준으로 볼 때는 종합전문이 67.6원인 반면 금년도 환산지수는 55.4원인 상태다.

물론 경영수지를 기준으로 한 원가분석에서는 종합전문이 51.7원으로 나타났지만, 이 두가지중 어느것이 더 정확한 지 결론이 없는 상황에서 자보수가의 종별가산율을 건보수가의 종별가산율과 동일하게 맞추자는 요구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의 진료비 구성에서 비급여 비율을 약 45%대 내외로 추정할 때 자보와 건보의 종별가산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병원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결국 병원들이 교통사고 환자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태의 조짐은 이미 종합전문 요양기관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중소병원장은 "인근에 있는 S종합전문요양기관에서 떠밀려 오는 교통사고 환자들 때문에 병원의 입원환자 절반은 교통사고 환자"라며 "병원은 병상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창출하지만, 교통사고 환자들이 입원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면 어떻게 병원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안제시=이처럼 보험원리에서부터 진료수가 특성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자보와 건보수가의 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가일원화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선행돼야 할 몇가지 과제들이 있다.

우선 자보의 진료수가 기준을 건보 기준으로 준용하는 것 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 건보환자와 똑같은 진료수가 잣대로 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때문이다.

둘째는 손해사정 기능과 휴유장애 판정기능을 공공기관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병협 관계자는 "현재는 각 보험사가 이 역할을 맡고 있어 자보 자체가 피해자를 위한 보험이라기 보다는 가해자를 위한 보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료비 지급기관과 심사기관을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병원계와 보험사간 갈등은 진료수가를 주축으로 양 업계간 수익창출 구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결책 찾기가 모호한 실정이다.

그러나 양 업계가 소모적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 발전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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