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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단가협상 위기…'묻지마' 논쟁만 가열
[ 2003년 11월 13일 03시 12분 ]
내년도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올해 55.4원) 협상과 관련, 공단과 의약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단가조정 잣대를 들이대면서 협상 결렬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도 수가협상 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불구경식으로 수수방관하고 있
어 내년도 수가가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다.

공단과 의약계는 12일 실무협상을 열어 단가조율에 들어갔지만 거리를 좁히는데 실
패했다.

특히 이날 협상은 11일 의약계가 공단측에 수가인하안을 고수할 경우 더 이상 협상
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 열렸다는 점에서 다소 진전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날 협상에서 공단이 수가인하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향후 협상이 재개
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같이 매년 공단과 의약계간 단가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어떤 기준을 놓고 단가를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합의가 없이 소위 '묻지마 협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
다.

지난해 공단과 의약계 5단체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 등 4개 연구컨소
시엄에 적정단가 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자들은 한 개의 단가를 제시하지 않고, 경영수지분석 환산지수와
원가기준 환산지수를 제시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지난해 단가인 53.8원을 기준으로 할 때 원가분석기준 적정 환산
지수를 병원급 이상 65원, 의원 56.2원, 치과 117.36원, 한방의원 53.09원, 약국 52.10원으로 산정,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반대로 비급여수입 등이 포함된 경영수지분석 환산지수를 치과의원 61.53원, 병원급 이상 51.50원, 의원 44.99원, 한방의원 42.08원, 약국 47.5원으로 산출, 수가 인하요인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단가협상에서 의약계는 원가분석을 기준으로 64.44원을 요구했으
며, 공단은 경영수지를 근거로 50원안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협상이 깨졌다.

안타까운 논쟁이 올해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현재 공단은 지난해 경영수지분석 환산지수인 50원에다 물가상승률 3%를 인정,
51.5원이 적당단가란 입장이다.

반면 의약계는 현행 수가가 원가 이하이기 때문에 66.4원으로 두자리 인상이 불가
피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단 입장에서는 수가를 낮추는게 유리하고, 의약계는 올리려는 게 어쩌면 기본 속
성이라고 하지만 서로 출발점이 다르다보니 논쟁이 공허하다.

공단과 의약계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다른 이유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있
다.

건정심위는 양측 협상이 1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도 단가 뿐만 아니라 보험
료까지 같이 조정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와 수가를 동시에 인상하는데 동의하기 어렵고, 보험료를
올리려면 수가를 내리거나 최대한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시각이다.

따라서 가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공단-의약계간 양자협상에서 단가를 조정하기 보다
건정심위에서 양자를 연동하는 게 유리하다.

이는 보험재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복지부의 이해와 정확히 맞아 떨어져 양자협상은
건정심위에 가기 위한 수순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

복지부의 대응도 공단-의약계간 수가협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원가기준과 경영수지기준 환산지수가 발표되자 이를 종합해 단일
환산지수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적정 환산지수가 55.56원이며, 여기에다 물가상승률을 추가반영하겠
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단가를 지난해 53.8원에서 55.56원+∝로 하겠다는 것이지만 막상 건정심
위에 단가조정안이 상정되자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않고 정치적 해결을 주문해
결국 55.4원으로 결정했다.

"왜 55.4원이 적정 단가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냥"이 정답이 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단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양자가 수긍할 수 있는
협상원칙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쩌면 하루속히 건정심위에서 본게임이 시작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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