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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고가약 인하 나서자' 의-제약 갈등
[ 2003년 11월 14일 01시 35분 ]
B형 간염치료제 제픽스, 관절염 치료제 세레브렉스,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에 엔브렐과 프리베나까지….

현재 고가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이 같은 외자사 의약품들의 약가 인하에 의사들이 나서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내과개원의협의회는 의·정 및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부설기구인 (가칭)고가약조정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또한 소아과개원의협의회와 소아감염병학회 등은 최근 국내에 발매된 프리베나에 대한 가격 인하를 위해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내에 대체 의약품이 없는 약이 대부분이며 정부에서도 그동안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MSD의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는 몇 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삭감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도 있다. DTPa 백신 '인판릭스' 가격을 상향 조정하려던 GSK가 의사들의 강한 반발로 기존 접종가로 결정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DTPa 백신은 이미 국내 로컬 경쟁 제품이 있어 견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경우와 다르다.

의사들은 이 같은 고가약 인하 활동의 목적에 대해 “환자의 약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제약계의 눈길은 곱지 않다. 무엇인가 검은 속셈이 있으며 좀더 멀리 바라보지 못하는 근시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외자사 관계자는 “고가약의 경우 환자가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익이 그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삭감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은폐하기 어려워 이 같은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비난을 제기했다.

또 다른 외자사 관계자는 “대체 약품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고가약의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는 사실이 본사에 전달되면 본사에서는 아예 국내에 약의 시판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환자들의 원망은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 것인가”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실례로 와이어스의 폐구균백신 프리베나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국내 시판이 허가된 희소성 있는 약으로 약가 인하에 대한 주장이 본사에 전달될 경우 이를 기다리는 대만 등 다른 국가로 그 허가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약계의 설명이다.

특히 향후 10년안에 국내 모든약이 미국과 유럽 등의 종속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체 약이 없는 약들의 국내 시판이 어려워지면 국내 대체약의 개발길 또한 막히게 된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외자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의사들이 고가약을 인하하려고 할 때가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약의 개발을 위해 연구에 힘쓰고 이를 권장할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이러한 반응에 한 의료계 인사는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약가 거품이 지나치게 커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며"고가약 인하에 나서게 된 것은 외자사들의 마진을 없애 어렵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거품을 빼고자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시판 가격이 높다면 이는 분명한 거품"이라며 "외자사의 압박이 두려워 계속 이를 방치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게 될 것"이라고 결단심을 보였다.

제약계에서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 같은 의료계의 시도에 정부와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에서는 일단 지지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기존과 또 다른 의약간 갈등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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