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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을 죽여 한 쪽을 살리는 게…
[ 2003년 11월 27일 03시 32분 ]
악화일로 치닫던 건강보험재정이 올해는 1조원대의 흑자가 예상된다. 정부도 최근 이 같은 수치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재정 악화로 인한 우려가 치솟는 상황서 이는 정부가 살림살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했다. 그 결실이 막대한 흑자로 귀결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접하는 의료계와 제약계 종사자들은 심드렁하다 못해 상당히 격한 감정을 내뱉는다. "그 것이 흑자냐 뺏어간거지" 하는 식의 항변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보험재정과 관련해서 기자에게 시종일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가 흑자 냈다고 자랑하는데 흑자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의사들한테서 갈취해 간 것이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배운대로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자괴감이 들게 하고 환자한테 보다 나은 진료하면 '과잉'이라는 항목으로 삭감하고 제동거는 세상에서 과연 이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며칠 전 만난 제약사 임원도 정부의 보험재정 정책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가약 삭감은 물론 계속되는 약가 인하가 현실과 괴리된 채 정부의 일방적 잣대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쪽(재정)을 살리기 위해 한쪽(제약사)을 죽여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며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의 주장이 의료계와 제약계 전체를 대변하는 정서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의료계나 제약계의 불필요한 관행에 따른 재정 낭비 요인이 많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 들의 주장을 외면하기에는 정부의 정책 추진에 지나친 일방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보험 재정 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조치들을 취하면서 작금의 의료계 현실에서는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소위 "심평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장탄식을 늘어놓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약값 얘기만 나와도 머리가 돈다는 업계 종사자도 다반사다.
조치를 취하는 쪽과 그 조치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상반될 수 있지만 어느 한 편이 자신들이 죽는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정책 집행에는 문제가 내재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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