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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勞使, 산별교섭에 발 담그나?
[ 2003년 12월 02일 11시 11분 ]


2일 오후 2시부터 한양대 동문회과 대강당에서 '병원산업 발전과 산별교섭 진전을 위한 병원 노사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참석자들에게 자유 발언권이 주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서울 모대학병원 원장은 작심하고 나온 듯이 30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마음 속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병원을 운영해서 남는 게 없습니다."

대학병원 병원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중소병원 이사장은 "비영리법인이 의료법인의 운영자는 병원이 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차라리 정부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을 인수해 지역 거점병원으로 운영해주길 바랍니다.……,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뚜렷이 그 실체가 없습니다. 도대체 국가가 뭘 해주고 있습니까?"

산별교섭 추진을 위한 노사간 대화의 장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가중되는 경영난과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수가인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병원 경영자들의 한풀이 장(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경영난에 대한 병원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노사간 산별교섭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금까지 산별교섭 참여를 합의한 병원들은 국립·사립대병원과 중소병원을 포함해 모두 93곳에 달한다.

산별교섭을 위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된 상황이다.

문제는 산별교섭이 사용자대표와 노조대표간 교섭이라는 점을 따져볼 때 사용자측 대표단 구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공사의료원과 중소병원의 경우 병원측 대표단이 구성됐지만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은 그렇지 못하다.

보건노조는 국립·사립대병원측에 하루빨리 대표단을 구성할 것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들 병원의 대표단 구성이 단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노사대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는 "산별교섭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외적 요구'는 그 산업 내에서 사용자 집단과 노동자 집단이 토의과정을 통해 걸러지고 합의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노사공동의 내외적인 요구'의 의미는 사용자 또는 노동자 일방의 요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특히 산별교섭에서 노사 공동요구로 건강보험 수가와 관련된 사항도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김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노사 양측의 시각은 조금씩 엇갈린다.

보건노조는 산별교섭을 통해 '공공의료 강화·의료시장 개방 저지'등 개별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중장기적 과제에 대해 노사가 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고, 병원들은 먼저 노사가 함께 나서 작금의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단기적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보건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토론회에서 "최근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 도입, 인력확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수가제도 개혁, 의료개발 대응, 보건의료 예산 확대와 의료의 공공성 강화, 중소병원 대책마련 등의 문제는 개별병원에서 노사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며 "향후 보건의료 산업 발전 전망과 맞물려 중층적 교섭 구조 속에서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병원들의 경우 지금 당장 눈앞에서 존폐를 가르는 위기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판국에 노조측이 주장하는 공동요구 사안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분위기다.

소화아동병원 이성식 병원장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도저히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여기저기 중소병원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러다가 부도 도미노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운 실정"이라며 "중소병원이 견뎌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가의 시급한 현실화, 민간병원에 대한 국가 보조, 급성기병상 축소, 의대 및 의대 정원 감축, 중환자실 입원료 현실화, 의료기관 부대사업 허용, 실거래가 상환제 철폐 등의 지원대책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토론회에서 지적했다.

노사 양측이 공감하는 부분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작금의 병원계 위기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데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김용익 교수는 "병원산업 전체의 외부적인 요구는 그동안 사용자는 병협을 통해, 노동자는 보건의료노조를 통해 전달됐다"며 "양자의 요구는 상충되는 바가 많았고, 외부로부터 정당성을 의심받는 일이 많아 실현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산별교섭에서 노사가 합의한 공동요구안을 바탕으로 정부를 상대로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 개혁을 요구할 경우 노사 개별적인 목소리보다 그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뤄지는 노사간 토론회에서는 산별교섭에서 다뤄질 공동요구안을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 2일 한양대 동문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노사대토론회에는 병원장과 노무담당자, 병협 관계자, 노조 등 300여명이 참석해 내년도 산별교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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