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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행정직 "미래가 불안하다"
[ 2003년 12월 09일 11시 51분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10년이 넘게 근무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K 계장.

김 계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래 들어 병원 내에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자꾸만 나돌기 때문이다.

조만간 인력구조조정 차원에서 희망 명예퇴직자 모집 공고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순환보직으로 근무부서를 이곳저곳 옮기다가 현재 기획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계장은 혹 자신이 명예퇴직자 대상이 될까 불안하기만 하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려지며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져 왔던 대학병원 사무행정직이 인력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학병원 행정직은 지난 97년 IMF 위기 때도 별다른 흔들림 없이 그 안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주요 대학병원들이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무풍지대 없다= 대학병원 행정직은 병원 내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낀 '샌드위치맨'으로 더욱더 그 위치가 불안하다.

서울 A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이야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마음만 먹으면 개원을 할 수도 있고, 노조원들도 든든한 노조가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쉽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없다"며 "이러다 보니 결국 행정직들이 구조조정의 주요 타켓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는 B대학병원. 이 병원은 경영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고민이 많다.

이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한다면 당연히 그 비중이 높은 인건비를 줄여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인력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근속연수가 높고 인건비 부담이 큰 직종을 대상으로 해야되지만 노조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희망명퇴를 실시한 C대학병원의 경우 명퇴자의 상당수가 관리실장이나 사무국장, 보험심사과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C병원 홍보과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회되면서 인력 충원은 안되고, 업무량은 많아지면서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며 "차라리 명퇴를 신청해 퇴직금 받은 것으로 개인사업을 하고싶은 마음도 굴뚝같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누적된 인사적체, 10년 넘어야 계장= 대학병원 행정직을 힘들게 하는 또다른 요인중 하나는 누적된 인사적체다.

D대학병원 관계자는 "진급에 대한 희망을 버린 지 이미 오래됐다"며 "입사 후 평사원에서 계장까지 진급하는데 보통 7∼10년 가까이 걸리고, 과장까지 진급하면 더 이상 진급에 대한 희망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행정직 가운데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계장이나 대리직급을 달고 있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행정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적극적인 업무수행도 힘든 편이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사무처장을 비롯해 차장, 부장급등 병원 행정과 관련된 주요 보직은 의료진이 맡고 있다"며 "행정직의 전문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결국 원내 행정의 결정권을 갖는 자리에는 행정직원들이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에서 근속연수가 높은 과장급 이상에서 희망명퇴가 이뤄져 인사적체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젊은피'를 수혈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40대 중반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희망명퇴를 실시한 한 대학병원에서 40대 초반의 부장급 인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밑에서 치고 위에서 누르고, 미래가 어찌될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겨울 바람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요즘, 대학병원 행정직에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인 듯 싶다.

<기사 내용중 영문 이니셜은 특정 병원명칭과 관련 없습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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