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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醫, 현실은 '공분' 투쟁은 '미심'
[ 2003년 12월 14일 22시 00분 ]
내년 수가 2.65% 인상안을 거부하고 오히려 동결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13일(토) 점화됐다. 그 시발점은 강원도의사회와 인천시의사회. 두 곳은 이 날 원주와 인천서 결의대회를 갖고 현 의료계가 처한 제반 상황 등을 인식한 뒤 전면전에 앞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설왕설래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높다. '투쟁'에 식상된 의사들의 지침과 일부 언저리에 퍼져있는 패배의식은 이를 어렵게 보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씨만 지피면 대정부 투쟁의 파고가 번질 것이라는 강경론도 배제되지 않는다. 정부와 일전불사를 천명한 의협 집행부의 의도가 전체 의료계에 확산되고 그로 인해 2000년 의료계 투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을지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정부 의료·보험정책에 대한 불신·반감 최고조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정책과 보험정책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불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 같은 정서는 일반화됐고 소위 "악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의료계가 완전분업을 철폐하고 선택분업을 주장하고 나서는 데는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의약분업 시행 전 의료계는 보험재정 파탄과 왜곡된 현상이 야기될 것을 제기했으나 정부가 준비되지 않은 분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책임을 정부가 오히려 의료계에 떠넘겨 의사, 아니 전체 의료계가 매도됐다고 본다. 의협 관계자는 "이 때부터 의사들이 정부는 물론 일반국민, 나아가 언론, 시민단체와 배척했고 왜곡된 의료계 모습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약가 마진을 인정했던 측면서 분업 후 몇 차례 수가인상이 보전책으로 제시됐지만 정부의 교묘한 정책으로 이를 모두 잃어 실리적 측면서도 상당한 손실을 봤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결국 이 과정서 의료계는 돈만 아는 집단으로 왜곡됐고 의료계 내부도 직역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험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압박했고 동시에 의료계는 진료권이 축소되고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며 반발이 높아졌다. 심평원 삭감과 진료비 영수증 등 의료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이 남발하면서 의료계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경기 불황에 따른 환자 감소와 약국을 곧장 찾는 환자들과 약국의 임의조제가 만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의료계는 "현 상황에서 의약분업을 하는 것은 의사들밖에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특히 어느 한 집단에 이 같이 지속적으로 '이지메를 가해 왕따시킨' 사례는 없다며 수가를 물가 인상분에도 미치지 못하게 인상시킨 것은 의사를 보는 이 정부의 정책을 꿰뚫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울분을 토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의협 "전반적 제도개혁 계기 삼기위해 총력투쟁하겠다"
의협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단지 수가가 아닌 보다 근원적 측면인 의료보험제도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의협이 공단의 방만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일간지 광고를 게재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현행 보험제도 틀과 수가계약 체제 하에서는 이 같은 일이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의료계는 자신들의 뜻은 물론 이를 관철시킬 수 없는 구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의협이 당초 10%대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수가계약에 임했으나 2.65% 인상에 그치자 아예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도 의사들의 요구가 단지 수가(돈)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의협은 주장한다.
성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정도 안받아도 그만"이라는 정서는 의사의 마지막 자존심에 관한 문제로 귀결됐다. 의협은 수가 1~2% 인상이 아닌 그 근원적 문제를 공론화시킬 계획으로 일부서는 김재정 회장 등 '집행부의 쇼'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어느정도 의료계 정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이 같은 정서를 지역별로 연계시켜 내년 2월 전국집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의협 내부적으로는 전공의협의회와 교수협의회에 대한 연계도 준비중이지만 아직 윤곽이 잡힌 것은 없다.
의협이 이번 기회에 또 다시 들고 나온 것이 있다. 바로 보험제도의 전반적 틀 개편과 함께 의약분업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분업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은 앞으로 정부와의 싸움은 예전처럼 소위 단순 무식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싸움을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칼을 뺄 시기를 확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칼을 언제 뺄지 또한 의협이 혼자 뺄지 아니면 절대 다수의 회원들이 동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뺄지는 두고 볼일이다.
그 그림은 내년 2월 여의도서 대내외에 천명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투쟁을 위한 전 단계로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대정부 총력투쟁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 의협의 전략이지만 현 집행부 의도대로 될지는 그러나 미지수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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