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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정부 강경투쟁' 실현될까
[ 2003년 12월 17일 02시 34분 ]
내년 수가 2.65% 인상안을 거부하고 오히려 동결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지난 13일 점화됐다.

그 시발점은 강원도의사회와 인천시의사회. 두 곳은 이 날 원주와 인천서 결의대회를 갖고 현 의료계가 처한 제반 상황 등을 인식한 뒤 전면전에 앞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설왕설래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높다. '투쟁'에 식상된 의사들의 지침과 일부 언저리에 퍼져있는 패배의식은 이를 어렵게 보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씨만 지피면 대정부 투쟁의 파고가 번질 것이라는 강경론도 배제되지 않는다.

정부와 일전불사를 천명한 의협 집행부의 의도가 전체 의료계에 확산되고 그로 인해 2000년 의료계 투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을지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다수 침묵하는 의사와 전공의·교수 참여 전제돼야

의협 김재정 회장의 대정부 투쟁 의지는 확고하다. 그의 참모들 역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연히 느껴진다. 김 회장은 "감옥가는 것이 문제가 아닌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공식 석상에서 누차 밝혔듯이 결연한 상태다.

그의 이 같은 의지는 하지만 의협 집행부가 생각하는 필사적, 이상적 투쟁을 위한 전제조건인 상당수 침묵하는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의료계는 지역 의사회별로 내년 2.65%의 수가인상에 격분한 집회가 릴레이식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 조치를 '폭거'로 규정하고 있으나 의협 집행부가 천명하고 있는 투쟁으로 실제 연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연쇄적인 집회는 그저 '의사들의 한 풀이 場' 이라는 시각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상당수 의사들의 '무관심'과 심적으로는 공분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패배주의', 여기에 그동안 누적된 투쟁에 대한 '피로감', 의사 집단 특유의 '개인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합이 전제돼야 할 투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협 고위 관계자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이를 꼽았다. 그는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현실을 그냥 수용하거나 외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동참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적인 파업 투쟁이 재현된다면 정부의 강경책이 법적 제재로 이어질 경우 의료계의 대응수단이 한계가 있다는 것도 투쟁의 실현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더욱이 과거 의료계 투쟁에 절대적 힘을 실어줬던 전공의와 교수들의 참여는 현재로서 사실상 답보하기 어렵다.

교수들은 의협 투쟁이 개원가에 국한됐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공의들 역시 자신들 미래가 걸린 문제지만 선뜻 나설 수 없다. 교수들의 용인이 쉽지 않고 전공의들 스스로도 미래보다는 현실의 일상에 지쳐있는 측면은 구심점을 일구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협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투쟁은 자칫 일회성 개원가 의사들의 한풀이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들이 투쟁하겠냐. 그래도 개원가가 어려우면 교수들도 힘들어진다"면서 "전공의들의 경우 사실상 예전처럼 투쟁을 위해 하나로 뭉칠 만큼 계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동의 이끌어 내고 제도개선 더욱 치밀해야

이 같은 의료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의협이 천명한 대정부 투쟁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군불을 계속 지펴 나가면서 때가 오면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불씨는 충분하다는 것이 의협 집행부의 판단이다.

정서적으로는 의협의 분석이 실상을 꿰뚫고 있기는 하다. 개원가 고위 인사는 "모임에 나가보면 작년하고 의사들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정말 의사 짓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확연하다"면서 "제대로 터지면 진짜 의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도 이제 의사들의 답답한 심정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측면서 의협은 전략적으로 국민 이해와 정책적 측면으로 투쟁 지향점을 겨냥할 계획이다. 내년 수가 동결 선언도 결국 의사들이 돈 몇 푼이 아닌 제도적으로 현행 의료정책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시각은 여전히 따갑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수가동결을 요구했어야지 등의 비아냥도 들리지만 어쨌든 의료계의 이번 수가동결 선언과 방법상 문제에도 불구 이를 실행하면 국민들의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료계가 추진하는 제도 개선은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연구용역 사업을 단지 의료계 관련 단체가 아닌 곳에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당파적 견해 차는 있지만 국회의 대승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특히 시민단체와 언론이 공동으로 참여, 의약분업을 포함 전반적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의 전반적인 틀을 바꿔야 하는 것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것이 전체적인 의사의 참여와 국민에 호소하는 설득과 병행된다면 의협의 투쟁 전략은 보다 현실성을 띨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의협 집행부가 제도적 측면의 불합리성을 지속적으로 제기, 홍보하고 또한 그 중심에 학회가 있도록 한 DRG 실시 연기는 참고해 볼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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