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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지정병원, "더이상 못해먹겠다"
[ 2003년 12월 23일 09시 45분 ]
전국의 혈우병 지정병원들이 심평원의 무차별한 삭감으로 지정병원 포기 의사를 내비치면서 혈우병 환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혈우병 환자 수술의 80% 이상을 시행하며 대표적인 혈우병 지정병원으로 인식되던 경희의료원은 얼마전 혈우재단측에 지정병원 포기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혈우재단은 복지부와 심평원측에 협조공문을 발송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한채 지난 22일 경희의료원측에 "지정병원 포기 의사를 철회해 달라"는 간곡한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한 명의 혈우환자를 치료하고 10억원을 삭감당했던 경희의료원은 지정병원 포기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포기의사를 밝힌 경희의료원 외에도 대다수의 지정병원들이 포기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재단 이사회에서 지정병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병원이 지정병원 포기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전국 혈우병 지정병원은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적십자병원, 경희의료원. 한양대, 충남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백병원, 전북예수병원 등 총 10개다.

이들 병원이 지정병원 포기를 검토하게 된 것은 복지부와 심평원의 '탁상행정'이 주 요인이라고 병원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혈우환자들의 딱한 사정 때문에 적자도 감수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며 "현실성 없는 정책이 혈우환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혈우환자 수술의 경우 외래진료와는 다르게 가이드라인이 없어 급여 삭감률이 상당해 병원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혈우재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지만 정작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관계당국은 아직까지 개선책에 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진행중인 개선책은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재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돼 있는 혈우환자 수는 1650명, 미등록 환자까지 포함하면 3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대한 정부의 개정의지가 확립되지 않으면 국내 3000여 혈우병 환자들은 얼마전 모 대학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한 에이즈 환자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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