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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성급한 수가인상 반납 딜레마
[ 2004년 01월 09일 12시 17분 ]
의협이 올해 수가 2.65% 인상분 반납 입장을 사실상 철회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어 즉흥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정 회장은 "수가 2.65% 인상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고시처분 취소소송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수가 인상된 것으로 청구해 달라"면서 "법원 결정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재논의키로 했다"고 말해 그 같은 고민을 추론케 했다.
이는 법원이 수가인상 취소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때 가서 다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해 인상거부를 공개 천명했던 상황서 한발 빼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통상적으로 소송후 2~3개월이 지나야 선고 공판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협이 제기한 소송이 기각될 경우 의협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의협은 "향후 일괄적으로 의료기관으로부터 수가 인상분을 걷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달부터 인상된 수가대로 청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그간 진료분에서 200원을 환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의협은 최근 회원들에게 수가 인상분대로 청구토록 지침을 내린 바 있지만 반드시 2.65% 인상분을 반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계의 주장대로 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공익위원 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지난해 건정심위의 수가결정 과정이 탈법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워 의협이 승소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반면 정부나 시민단체들은 "의협이 수가인상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자 대정부투쟁에 나섰다"며 예의주시하고 있어 손을 빼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의협이 지난해말 수가인상 결정 이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없이 수가인상거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협이 지금까지 내놓은 수가인상분 반납 방안에서도 이 같은 흔적이 적지 않다.
단적인 사례가 공단이 의료기관에 급여비용을 지급할 때 수가인상분을 제외하도록 요청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의협 내부에서조차 "공단이 총 맞지 않은 이상 이런 제안을 수용하겠느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김재정 회장이 신년 인사를 통해 회원들이 요구한다면 건강보험 거부와 같은 불법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진료비 200원 할인과 같은 '현행 법 위반' 투쟁은 실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향후 의협의 대정부투쟁 강도는 오는 2월 전국 의사 궐기대회에 대한 의료계의 지지 정도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급한 수가동결 선언으로 인해 스스로 발목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치 못했다는 질책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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