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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조건은 야만적 수준"
[ 2004년 01월 18일 12시 33분 ]
지난해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한 '전공의노조' 설립 논의가 해를 넘겼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노조 설립 가능성에 높은 가능성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리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임동권, 이하 전공의협)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제1차 전공의노조 포럼'에 이어 18일 서울대병원에서 '제2차 전공의노조 포럼'<사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전공의노조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 등 전문직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왜 전공의노조인가= 전공의들 사이에 노조설립이 제기된 주 요인은 열악한 처우 문제 때문이다.

작년 4월 전공의협이 서울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13∼18시간'이라고 응답한 이가 49.6%(126명)에 달했다.

특히 '19시간 이상'이라는 믿을 수 없는 답변도 13.4%로 집계됐다.

당직근무 횟수 역시 주당 평균 '1∼2회'가 3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3∼4회'가 28.7%, '5∼7회' 5.1%로 조사됐다.

여성전공의들의 경우 출산휴가는 물론 임신시 당직횟수나 업무조절에 있어서 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여전공의들의 경우 임신중 과중한 업무로 유산을 경험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문제도 노조설립을 촉발시킨 주 요인이다.

전공의협에 따르면 전국 153개 수련병원 중 중소규모 수련병원의 전공의 평균연봉은 2천만원(월급여 165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을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교섭국장은 "전공의들의 근무조건은 야만적 수준에 가깝다"며 "이처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안할 데 전공의노조 설립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으로나 노동조건으로 보더라도 전공의노조로 가는 것은 필수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다"며 "전공의노조는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조직이며,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의료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의료복지를 확대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 설립 가능한가= 전공의노조 설립 가능성은 반반이다.

전공의협은 노조설립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전공의노조연구기획단'을 발족, 이를 통해 노조설립 작업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전공의노조 설립에 따라 넘어야할 장애물은 곳곳에 널려있다. 가장 먼저 넘어야할 문제점은 엘리트 의식이다.

전공의협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직업적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공의가 자신을 '전문가'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 스스로 노동자, 혹은 피고용자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조에 거부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어 제기되는 문제는 수련병원의 영향력과 스승이며 경영자이기도 한 병원장들의 압력이다.

이미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노조 설립에 노골적으로 불쾌한 시각을 드러내 보이며,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압박을 해오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전공의에게 노골적으로 그만둘 것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노조설립에 대한 전공의들의 무관심과 반대여론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그러나 갖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노조 설립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노조설립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협이 2003년 12월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실시한 '전공의노동조합에 관한 회원의식조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천명중 761명(76.1%)이 노조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75.2%인 752명이 전공의노조가 설립될 경우 노조원으로 가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기일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부위원장은 "적절한 타협과 협상으로 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전공의들이 엘리트 의식을 깨야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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