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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병협의 산별교섭 딜레마
[ 2004년 01월 25일 18시 15분 ]
병원협회는 작년 8월 의료법 개정으로 그동안 민법상 임의단체에서 의료법상 법정단체로 전환됐다. 또 지난해는 무려 80개가 넘는 병원들이 산별교섭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양대병원, 경희대병원, 고려대병원등 이른바 메이저 병원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산별교섭을 위한 준비단계는 점차 보건의료노조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병협은 그 역할과 위상이 증대되고 있는 반면, 병원간 임금등 근로조건과 경영여건에 많은 차이가 있어 1천개가 넘는 전체 회원병원들을 포괄하는 대산별교섭의 기반은 아직 미약한 상태다.

병협은 주체적인 역량에서 볼 때도 노사관계 실무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 해당 실무를 담당할 인적자원 및 조직적 체계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산별교섭 요구를 회피할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교섭의 상대방인 보건의료노조가 병협을 상대로 끊임없이 산별교섭을 요구하면서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 비판과 홍보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병원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방식의 집단교섭을 요구하면서 산별교섭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도 구축하려 할 것이다.

더욱이 이 와중에도 보건의료노조의 집단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병원들이 발생할 것이며, 해당 병원들은 병협의 수수방관적 자세에 더욱 비판적인 입장을 가할 것이다.

대내·외적인 압력을 앞으로도 계속 외면할 수 없을 것이며, 그렇다고 당장 산별교섭에 응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병협이기에 향후 이 문제를 어떤식으로 풀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병협이 이 문제를 순차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인력 보강과 구체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재정적 지원등 스스로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체적인 역량의 강화없이, 단순한 의지나 열정만으로는 산별교섭 등 병원들의 노사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구하기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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