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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한치' 논란 지속…멀어지는 양·한의계
[ 2004년 03월 05일 00시 26분 ]
서울 소재 한 내과. 남자 환자가 피부가 얇아지면서 전신에 피멍이들고 살갗이 쉽게 벗겨지는 등의 증세를 호소하며 찾아왔다. 진단 결과 진단명은 부신피질호르몬제제(corticosteroid, 흔히 스테로이드) 과복용으로 인한 약물부작용.

이 내과 개원의에 따르면 환자는 그동안 무릎 골관절염으로 인근 한의원에서 알약과 가루약을 복용해 왔으며 이 약을 끊은 후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점차 호전되고 있다.

내과 원장 A씨는 “이 환자는 한의원에서 받은 약에 포함돼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제제를 2개월이 넘게 복용,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됐다”며 “이 같은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일”이라고 전했다.

그 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져 오던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영역 다툼이 최근 들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금지에 대한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물론 한약에 양약을 섞어 처방하는 사례에 대한 고발 조치 등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하는 일이나 IMS와 IMNS 등의 침 이용 통증 완화 치료에 대해 최근 일었던 의료계-한의계간 논란 등에 대해 한의계에서도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의사와 한의사간에 빚어지는 반발감도 점차 강해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건강증진기금사업지원단이 의사 90명과 한의사 211명, 치과의사 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를 극명하게 엿볼 수 있다.

의사의 20%가 한의사의 의료나 민간요법 시술 등을, 한의사의 15%가 의사의 한방의료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피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되고 진료영역 넘나들기는 의료법상 대부분 불법의료행위로 간주되는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측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불법의료행위가 분명한 행위들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지자체 보건소 등에만 책임을 떠맡기는 정부측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제는 과감히 칼날을 들이대야 하는 때”라고 비판을 제기했다.

대학병원 한 교수도 “양한방 협진을 통한 일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정부가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지 않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의료개방에 있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될 상황”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해 전문화되고 특화된 의료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저투자와 고효율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의학의 신기술 가치는 웬만한 국가의 GNP와 맞먹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영역 분쟁을 단순히 집단간 이기주의로 치부해 버리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보건의료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진한치'라는 말이 있다. 질병을 양의학적으로 진단하고 한의학적으로 치료한다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은 매우 큰 상태다.

하지만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그동안의 현대의학과 한의학간 영역 논쟁의 핵심이 숨어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를 풀어가는 정부의 태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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