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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혈액파동과 적십자 총재의 딜레마
[ 2004년 03월 05일 13시 02분 ]
이윤구 총재가 대한적십자사 수장직을 맡은지 3개월째로 접어든다.

그동안 이윤구 총재는 수혈부작용 파문으로 발칵 뒤집힌 적십자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며 차근차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왔다.

난국의 상황에서 총재직을 맡게된 탓에 적잖은 부담이 있었음에도 이 총재의 초반 적응력은 성공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얼마전 이 총재는 시민단체 대표와 정당의 한 고문과 갖은 면담 자리에서 적십자의 책임을 통탄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 놓겠다"는 이 총재의 말에 원만한 사태해결 의지가 분명히 담겨있었다.

같은 시각 총재실 옆 접견실에서는 내부고발자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적십자 핵심인사들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적십자측 인사들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제보자 색출의 정당성을 강조, 사태해결의 어려움을 예고했다.

결국 이 총재의 유화론과 측근들의 강경론이 배치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기자들의 공동된 견해였다.

이 총재로서는 여론을 감안하면 혈액파동의 단초를 제공한 책임에 대해 사죄하고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관련 책임자들 처벌이 마땅하지만, 조직운영을 위해서는 측근들의 의견도 간과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감사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적십자의 부실한 혈액관리 책임여부가 가려지겠지만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작금의 상황만을 놓고 보면 강경론 보다는 유화론이 적십자측에 유리해 보인다.

혈액파동 사태해결의 열쇠는 이 총재가 쥐고 있다.

이 총재는 시민단체와의 약속대로 제보자에 대한 고발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속죄의 뜻을 전하는 유화론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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