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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진료거부 근본원인은 저수가 정책"
[ 2004년 03월 14일 15시 29분 ]
최근 MBC 9시뉴스 '돈되는 환자만' 방송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에서는 진료거부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저수가 정책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불황, 개원의 수 증가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는 상황에 저수가 정책이 더해지면서 개원가는 생존 위기 속에서 보험환자보다는 비보험 환자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형일 의협 재무이사는 이에 대해 "성형외과의 경우 현재 얼굴 열상(熱傷) 환자에 대한 수가는 대만의 1/3, 일본의 1/4의 수준에 불과하다"며 "환자를 많이 보면 손해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환자를 피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저수가 정책을 진료거부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봉합술의 경우 실값 등을 공단에 청구하는데 이 경우 공단에서는 사용된 실의 영수증을 요구하지만 영수증을 실 각각 받아두는 의사가 어디 있겠냐"며 "이런 경우 환자들에게 전체 진료비를 설명하고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도 4곳 중 1곳은 폐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개원의들은 환자들에게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고, 옷 수선비보다 못한 수가로 자괴감에 빠지는 지경"이란 말을 통해 환자거부와 같은 상황의 발생에 저수가 정책이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저수가 정책을 비롯 경제적인 어려움을 진료환경 왜곡의 근본원인으로 보는 것은 산부인과에서도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개협 오세창 정책이사는 "산부인과의 경우 경기불황 뿐만 아니라 저출산, 한의원이나 보건소로의 환자이동 등으로 인해 절대적 외래환자 수가 감소한 실정"며 "더욱이 저수가 정책마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분만실이나 입원실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 이사는 저수가 정책에 대해 "유아 황달의 경우 진료비가 진료에 사용되는 전기료보다 싸다"는 예를 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운영비가 많이 요구되면서도 위험부담이 큰 분만환자 등을 받는 것은 무리"라며 진료거부가 개원가의 최후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특히 오 이사는 "진료거부가 잘못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면 정부도 확실히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시켜 저수가 정책 등 근본적 원인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저수가 정책은 뒤로 미룬 체 의사의 도덕성만을 문제삼는 언론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개원가의 경우 진료거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저수가 정책에 의한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해 진료거부가 확산되는데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인 여건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원활한 병·의원의 운영을 위해 보험환자나 위험부담이 있는 환자는 받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이 겪어보지 않아도 주위 상황을 통해 느끼는 어려움으로 인해 개원 초기부터 비보험 환자만을 우선시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결국 저수가 정책은 의사들에게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의술을 펼칠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진료거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 저수가 정책으로 지적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논의와 함께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료계 내부의 인식변화도 시급해진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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