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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노조, "병원이 병을 키우고 있다"
[ 2004년 04월 20일 02시 55분 ]
병원에 근무하는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손이나 팔·허리 등의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병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원에서 병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방의 K국립대병원 노조가 전체 직원 1700여명 중 474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9.8%인 94명이 즉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15.8%인 75명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자의 30%이상이 질환의심자일 수밖에 없어 전체 직원으로 확대할 경우 약 500여명이 근골격계질환 환자이거나 잠재 환자라는 분석이다.

병원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주 요인이 영리추구 중심의 병원 구조조정과 인력부족에 따른 노동여건의 악화 때문인 것으로 보건노조는 풀이했다.

보건노조는 "K병원의 경우 공공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8년 이후 IMF를 핑계로 '교육부의 국립대병원 경영혁신방안', '2000년 비전 21'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며 "실제로 환자는 증가하는 속에서 직원수는 그대로이고, 부서별로 업무를 통합해 업무량을 늘이는 등 경영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집중되면서 병원노동자들을 환자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병원은 지난 98년초 수술실 방을 7개 늘린데 이어 1일 수술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수술실간호사의 업무시스템을 기존 수술방 1개에 2명의 간호사가 담당하던 '방장제 업무방식'을 수술방 4개에 소독 간호사 4명·지원 간호사1명으로 하는 '구역제업무방식'으로 변경했다.

보건노조는 "이처럼 수술실을 확장하고 수술실간호사 업무 시스템 변경하면서 인력부족으로 인해 임산부도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특히 최근에는 수술실 간호사의 조산, 사산, 유산 등의 사태가 발생해 임산부의 불안은 극심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근골격계질환이나 기타 업무에 따른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산재요양 신청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20일 근로복지공단 대구경북본부에 집단산재를 신청한 K병원 근로자 32명도 신청을 내기가지 병원측의 비협조로 상당한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노조는 "그동안 K병원에서는 병가나 산재를 인정안하려는 관행과 태도로 인해 직원들의 질병을 키원 온 점도 있다"며 "병가신청의 경우 K병원 진단서 외에는 거의 인정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병원진단서를 받는 과정에서 치료기간을 축소하거나 병가를 들어가도 부서에서의 인력부족으로 부서장이 빨리 출근할 것을 독촉해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노조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근골격계 직업병의 인정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한 노동부고시를 철회하고, 병원이 근골격계유해요인을 비롯한 산업안전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감독을 펼칠 것을 노동부에 촉구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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