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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급증…의무기록 보관 절대적
[ 2004년 04월 22일 21시 54분 ]
의료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비율이 더욱 가파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 의료사고 소송시 의사들이 "불가항력적 이었습니다"라는 주장은 더 이상 배수진이 되지 못한다. 대신 의사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사법부의 요구가 커지면서 의사 개인이나 병원을 대상으로 제기하는 소송이 일반화되는 실정이다. 이는 한편으로 환자 및 보호자의 권리 신장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지만 의사들의 방어진료 유도 및 병원으로서는 시간적 행정적 낭비가 초래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편집자주]
의료분쟁에는 필수적으로 의료기관의 간단한 의무기록을 비롯 모든 진료기록 내용이 검토, 분석된다. 재판에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는 당시의 진료기록 내용을 담은 문서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측면이 있다. 최근의 재판에서 더더욱 중요해 지는 것이 바로 병원의 의무기록 보관 여부다. 법적으로 의무기록 보관 연한이 5년이라고 해도 이 기간이 지나 야기된 소송에서 병원측이 이 같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패소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민사소송에서 의무기록 보관 여부는 판사의 판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법적으로 5년이 지나면 폐기해도 문제가 없지만 만약의 상황에서 문제가 일어날 경우 병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는 9년전의 사망사고와 관련, 사망자 가족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행 법상 민사소송은 유효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가능했다. 특히 민사소송은 어떤 사안을 인지한 후 10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효기간이 더 길다고 할 수 있다.
해당 병원은 다행히 당시 의무기록을 보관하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보호자와 논의하고 설득, 결국 법정까지는 비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병원계에서는 이 같은 사안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30~40%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사망한 사람의 보호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이 보통 사망후 3~4년이라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미국에서는 병원 종사자들이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한 뒤 3년이 지나야 소송에서 비교적 안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서는 이 같은 추세가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대학병원 등에 의무기록이나 진료기록부 사본을 요청하는 사례가 매년 30~40%씩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병원들은 버거움을 호소하지만 환자들의 높아지는 권리신장은 이를 뒤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은 의무기록을 5년 지나도 광파일 등으로 보관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 특히 수술을 하는 의원급 등의 소규모 의료기관은 앞으로의 추세를 볼 때 의무기록의 법적 보관 연한이 지났어도 별도 보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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