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들의 대표적인 사망원인인 간암 및 만성 간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보편적으로 알려진 간 효소 정상기준치가 현행 40IU/L에서 30IU/L로 낮아져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 의학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서일 교수팀은 최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국의학잡지(British Medical Journal)에 '만성 간질환 조기진단을 위해 간 효소검사 정상기준치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간암이나 만성 간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전체 사망률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질병이다. 특히 중년 남성의 경우 전체 사망원인의 1/4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간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여러 방법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간 효소검사(AST, ALT/일명 GOT, GPT)다.
AST, 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로서 간세포가 손상되면 혈액내로 흘러나와 혈액 내의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AST, ALT검사다. 예전에는 이 검사를 GOT, GPT검사로 불렀으며 일반인들은 흔히 '간수치'라고 부를 정도로 보편화된 방법이다.
이 검사결과의 정상범위는 방법과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 40IU/L이하이면 정상으로 판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러한 판정기준을 더 낮추어야 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지난 1990년 당시 35∼59세였던 18만명을 무작위로 선정, 이들이 지난 1990년∼1992년까지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를 이용해 혈액내 AST, ALT 농도를 측정했다.
이후 1993년∼2000년까지 8년간 14만2055명을 추적 조사하여 AST, ALT농도와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 관계를 연구한 결과, AST의 농도가 20IU/L미만인 경우와 비교해서 20-29IU/L인 경우 간 질환 사망위험이 남자는 2.5배, 여자는 3.3배 증가한 것을 밝혀냈다.
또 30-39IU/L인 경우 남자는 8.0배, 여자는 18.2배가 증가했다.
ALT 결과도 비슷하게 나와 20-29IU/L인 경우 간 질환 사망위험이 남자는 2.9배, 여자는 3.8배 증가했고, 30-39IU/L이면 남자는 9.5배, 여자는 6.6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종전 정상범위로 여겼던 40IU/L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혈중 AST, ALT 농도가 높을수록 간 질환 위험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단,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령, 비만도, 음주, 흡연, 공복시 혈당, 콜레스테롤 농도, 간 질환 가족력 등은 건강검진 기록을 통해 보정됐다.
연구진은 "정상기준치를 낮추면 간 질환 조기발견에는 도움이 되지만, 간 질환이 없는 사람이 불필요한 추가검사를 받게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남자의 경우 AST는 31IU/L, ALT는 30IU/L를 최적의 기준치"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여자의 경우는 정상기준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없으나, 남자보다 여자의 AST, ALT농도가 낮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상기준치도 30IU/L보다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진은 추적기간중 간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가운데 남자 32%, 여자 14%가 30-39IU/L범위의 AST, ALT 수치를 갖고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새로 제시된 기준치를 이용할 경우 간 질환의 조기발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관련, 김현창 교수는 "그동안 알고있던 간 효소검사 정상수치인 40IU/L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AST, ALT 농도가 높을수록 간 질환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밝힌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AST, ALT 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간 질환이 있다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간 질환을 의심할 만한 다른 증상이나 위험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