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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현실 외면한 "의사만 보건소장"
[ 2004년 05월 19일 10시 18분 ]
최근 의협은 현행 보건소장 임명에 보건직 공무원이 임용될 수 있는 단서조항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복지부와 법제처에 전달했다.
의협은 단서조항으로 인해 보건소장 임명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행정 도구로 전락하고 있어 법조항을 개정함으로써 국민건강을 고려한 최선의 보건행정을 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의협은 또 非의사 출신 보건소장들이 보건소장직 유지를 위해 본연의 업무인 질병예방 기능은 도외시하고 선심성 일반진료에만 치중해 각종 전염병 재발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협의 입장은 보건소장 출신 의사들의 높은 이직률이나 도농간 지역적 편차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끝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도시에서는 보건소장직 모집의 경쟁률이 5:1에 육박한다. 반면 도서지역은 서너 차례의 공고를 내도 의사출신 지원자가 전무한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적인 편차를 무시한 채 보건소장직에 의사 면허 소지자만을 임용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은 자칫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특히 의사 면허 소지자가 보건소장에 임명돼도 이직률이 높은 것을 지적하는 주장에는 의협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로 인해 새로 보건소장을 충원하는 동안 지역 보건업무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의료계가 간과한다면 “단서조항 삭제를 통해 국민건강을 고려한 최선의 보건행정을 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의협의 주장은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의사출신 보건소장이 개인적인 문제를 이유로 중도에 그만두는 사례가 종종 있어 지자체에 의사출신 보건소장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한 지역의사회장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보건소장이 지자체의 선심성 행정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분명히 막아야 한다. 그런 측면서 의협이 국민건강을 고려한 최선의 보건행정을 위해 무조건적인 법령 개정보다 현실성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또한 자체적으로 보완책을 강구하면서 정부에 개선안을 요청한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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