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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법적 근거 없다"
[ 2004년 06월 04일 10시 48분 ]
의료기관이 비급여대상 의약품을 급여의약품으로 원외처방했다고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에서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정부와 공단이 의료기관의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될 경우 유사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백춘기)는 지난 1일 익산 이 모 원장이 제기한 과징금처분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사건 경위
복지부는 2002년 6월 이모피부과의원에 대해 3일간 실사를 벌인 결과 비급여대상인 여드름 등을 진료하면서 급여 대상인 응괴성 여드름을 진료한 것으로 처리해 건강보험에서 1507만원, 의료급여에서 200만원 상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또 복지부는 이원장이 건강보험환자로부터 274만원, 의료급여환자로부터 2만원의 부당 진료비를 받은 사실도 확인하고, 업무정지에 갈음해 부당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건강보험 8900만원, 의료급여 1012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공단은 지난해 5월 이원장에게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1781만원을 요양급여비용에서 환수하겠다는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을 내렸다.

익산시도 의료급여 부당이득금 202만원을 의료급여비용에서 차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처분과 관련, "이모원장이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여드름, 주근깨 등을 치료하고도 이를 급여로 처리한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공단과 익산시에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여드름 등 치료를 위한 기본비용에 처치소요 비용이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원장이 환자로부터 피부관리료 등 진료비를 추가로 받은 것도 과징금 부과처분이나 급여비용 징수처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당이익 징수액 가운데 공단과 익산시가 644만원과 75만원의 약제비를 급여비용에서 환수한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상 부당이득 징수대상자는 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나 의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을뿐 이므로 이원장이 비록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 행위자라 하더라도 이원장이 아닌 약국 등 제3자가 수령한 급여비용까지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단과 익산시에 대해 약제비 환수처분이 위법이므로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선고파장
복지부와 공단은 과거부터 의료기관의 과잉처방 등에 대한 약제비를 요양급여비용에서 환수해 왔다는 점에서 항소심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과 마찬가지 판결을 내린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의협은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기존에 공단으로부터 부당 환수된 의사들의 재산을 반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법리검토를 계획중"이라고 강조해 집단소송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K내과의원도 지난해 9월 공단을 상대로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 취소소송을 낸 바 있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지부와 공단은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 불신이 증폭될 소지가 적지 않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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