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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진 정부, 병원 장기파업 부채질
[ 2004년 06월 15일 01시 09분 ]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이 다소 이상한 양상을 띄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11일 제 15차 본교섭을 가진 후 오늘(15일) 현재까지 수 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도 밤샘 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진전에는 실패했다.

노사는 실무교섭을 통해 주5일제, 임금인상안, 의료공공성 강화 등 5대 요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이뤄지면 다시 정식 대표단이 참여하는 본교섭을 속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무교섭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꾸준히 열리고 있지만 협상 진전은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병원, 정부 지원책없인 협상 힘들어= 병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다음날부터 사측이 변화된 수정안을 준비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협상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지만 막상 실무교섭이 열리면 번번이 입장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대표단은 “각 병원특성별로 주5일제 핵심 요구안에 대한 입장차가 너무 커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수정안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실무교섭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측의 이러한 태도 이면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로부터 ‘수가인상’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보건노조의 총파업 돌입 시점을 앞두고 대한병원협회와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는 잇달아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병협은 지난 4일 낸 성명서를 통해 “주40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과 진료수익 감소분 및 3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의한 인력증원·당직비 증가 등 비용증가분을 보전하기 위해선 최고 9.3%의 건강보험수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도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병원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소한 인건비상승과 진료수익 감소분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보험수가 5∼8.8% 인상, 토요일 오전 휴일 가산제 시행, 응급의료수가 보전과 당직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제반지원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 대학병원장들도 같은 날 병협에서 회의를 가진 뒤 “주40시간제에 따른 병원경영손실 보전을 위해 수가를 5.1%~9.3% 인상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새로운 근기법에 따라 4시간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병원의 경영손실 보전을 위해 수가인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병원대표단 관계자들도 “노사간 주40시간제 문제를 협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제도적 지원책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할 것”이라는 말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정부가 수가인상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노사교섭 역시 진전시키기 힘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보건노조가 본교섭 속개를 위해 로비농성을 중단하면서 협상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사측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 무대책이 병원파업 불러= 일각에서는 병원파업이 이처럼 불거진 데는 정부의 무대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근기법이 개정된 이후 병원계에서는 새로운 근무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복지부 등 관련부처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앞서 1년여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구체적인 대비책을 내놓은 게 거의 없다.

특히 응급진료시스템 강화라든지 병원의 인력충원에 따른 제도적 지원책에 대해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토요일 진료휴무와 관련 근기법에 따라 1주일 6일 근무에 주당 40시간만 맞춰 병원이 알아서 타결하라는 식이다.

노사교섭에 앞서 정부는 '공기업·산하기관의 주40시간제 시행방향'을 확정, 주5일 근무제가 적용되는 국공립병원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월차 휴가를 폐지하고,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는 내용을 단협에 반영토록 의무화함으로써 노사 협상 폭을 좁혀버렸다.

결국 정부의 이러한 사전 대응 미흡이 지금의 병원파업 사태를 야기한 직간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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