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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6년제, '허 찔린 의협' '악수 둔 한의협'
[ 2004년 06월 21일 10시 16분 ]
의협이 기습적인 약대 6년제 개편 합의에 허를 찔렸다. 또 한의사협회가 기대하는 한약과 양약의 분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악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재규 한의사협회장과 원희목 약사회장은 21일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입회한 가운데 약대 6년제 개편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 내용은 △한의사협회는 약대6년제에 동의하고 약사회와 공동으로 연내 약사법 개정 작업 완료 △약대 6년제가 통합약사를 위한 것이 아님 △당면 현안 논의할 협의기구 조속 구성 등이다.
이 같은 합의는 강윤구 복지부차관과 안재규 한의협 회장, 원희목 약사회 회장이 20일 심야회동에서 합의했지만 의협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의협은 약대 6년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의협과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합의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의협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한의협이 배신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의협은 약대6년제 반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약대 학제를 조사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칫 한의계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대응책을 고심해 왔던 게 사실이다.
반면 한의계는 약대 6년제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양약과 한약을 약사법에서 완전분리를 요구해 의료일원화를 요구하는 의협으로서는 공조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의협은 의료계와 한의계 뿐만 아니라 의대, 한의대가 강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강행하진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던 복지부는 이날 합의를 근거로 약대 6년제를 추진할 대외적 명분을 확보함에 따라 조만간 교육부에 학제개편 요청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이 뒤늦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의협이 약대 6년제 개편에 합의하면서 한약과 양약의 분리라는 과실을 챙긴 것으로 판단한다면 어쩌면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김화중 복지부 장관은 최근 안재규 회장에게 약대 6년제가 통합약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날 합의문에 나와 있는 대로 약사법 3조 2항(한약사의 자격과 면허) 개정을 약속했지만 안 회장은 거부했다.
당시 안 회장은 한약사 응시자격을 한약학사 학위자로 제한하고, 약사의 업무범위에서 한약제제 삭제, 일반약과 전문약에서 한약 및 한약제제 제외, 한약도매에 한약사 배치, 한약사의 업무장소를 한약국으로 명시할 것 등 확실한 한약과 양약 분리장치를 요구해 중재노력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20일 강 차관과 약사회장, 한의협회장이 별도의 이면합의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21일 합의문에는 한의협의 요구사항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연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만 들어가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의계의 요구사항은 한약사의 이해와 맞물려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약사법 개정에 양 협회가 합의한다 하더라도 의협이 강력 반대할 것이 자명해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의계 요구사항들은 자칫 '한방분업' 뇌관을 건드릴 수 있어 향후 협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 약사법 개정은 양협회의 합의나 의지와 무관하게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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