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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음악으로 쓰는 슈바이처 처방전
[ 2004년 06월 22일 08시 12분 ]
의학과 음악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치유기능'일 것이다.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를 다독여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신화에서는 음악의 신 아폴론(Apollon)이 곧 '의술의 신'이기도 하다.

의학과 음악, 어찌 보면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분야가 결국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오히려 과학 쪽에 더 가까워진 현대 의학의 지붕 아래 음악과 의학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의 마음에 위안이 되는, 그래서 몸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연주를 하겠다"는 뜻을 모아 만든 '을지실내악단'이 그 주인공.

이들이 모인 이유이자 목적은 단 하나, 음악을 통해 환자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주겠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을지실내악단이 택한 것은 병원 로비를 공연장으로 만들어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주회를 여는 것.

그동안 몇몇 병원에서 전문음악인들을 초청해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거나 또는 의대 음악동아리가 공연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처럼 전문의들만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창단과 공연은 국내 병원에서 처음 있는 일.

대전 을지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바이올린), 이비인후과 조진생 교수(첼로), 순환기내과 정준용 교수(비올라), 순환기내과 이경진․이상 교수(플롯) 등으로 구성된 을지실내악단이 결성된 것은 지난 4월 말.

이들은 바쁜 진료시간과 강의 일정 사이의 여유시간을 쪼개 매주 금요일이면 진료가 끝난 후 한두 시간씩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모두 을지대학병원 임상 교수로 재직중이며 대학시절부터의 학내 오케스트라 활동은 물론 현재까지도 각종 음악관련 단체에서 활동중인 준 프로급의 음악인들이다.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다양한 악기들을 남다른 어울림의 향연으로 이끌어주는 힘은 이들이 가진 음악과 의학에 대한 공통된 열정,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키우고 호흡을 맞춰온 덕분이다.

단장을 맡은 심승철 교수는 "우리의 연주를 들은 환자들이 신체적인 재활과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갈 때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한다.

실제로 심 교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해하는 노인 환자를 만나면 진료를 하는 도중에, 때로는 혼자서 입원실까지 바이올린을 들고 찾아가 '오직 그 환자만을 위한 즉석 콘서트'를 열어주곤 해 일찌감치 환자들로부터 '패치 아담스 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환자들 앞에서 어릿광대 노릇을 해가면서 그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하고자 했던 의사 헌터 아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패치 아담스'를 빗댄 것.

이들의 첫 공연인 '제1회 을지실내악단 연주회'는 오는 25일. 낮 12시 10분 이 병원 로비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열린다.

'사랑의 향기'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와 엘가의 『사랑의 인사』, 브람스의 『왈츠』 등 '사랑'을 주제로 한 명곡들이 을지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환자에게 다가가는 제2의 길을 음악에서 찾은 한국판 패치 아담스들!

그들의 바람처럼 음악을 통해 환자들이 마음으로부터 치료받고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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