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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사건 책임전가 급급, 제도보완 시급"
[ 2004년 06월 30일 02시 04분 ]
보라매병원사건 담당 의사에 대한 살인방조죄가 확정된 가운데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한 보호자와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허대석 의료정책연구실장은 "보라매병원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의 의료비를 병원이 다 부담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병원과 담당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허 실장은 "말기환자나 소생불가능 환자의 의료비 지원이나 생계비 보조 등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유지 중단을 요구한 보호자나 이를 승인한 의료진을 일방적으로 비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10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집에서 임종하고 있다"며 "연명장치를 적용한다면 수주 내지 수개월 연장시킬 수 있었는데도 이를 행하지 않는 것도 살인죄로 봐야하느냐"며 관계당국의 분명한 태도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보호자나 의료진이 경제적 여유가 충분했을 때도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며 "정부 차원의 대책도 없이 의료비를 부담해주는 지원도 없고 생계를 도와줄 사회보장제도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책임이나 비난을 할 수는 없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아울러 허 실장은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죄확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회생가능성이 있었다는 의사의 진술이지만 의학적 판단은 정형화시킬 수 없다"면서 "법은 회생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요구하지만 이는 100%와 0%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0%의 호전가능성에도 환자, 보호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1%미만의 경우 치료에 의한 환자 생명단축을 의료진이 경고해도 치료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두 경우 모두 의사는 퇴원 허가서를 써 주거나 치료를 계속해 살인방조범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허 실장은 이번 판결이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들이 무의미한 치료로 '고통받는 기간'만 연장시킬 수 있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들은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며 "무의미한 치료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통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만약 병원에서 환자가 임종할 때까지 관리했을 때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면서 "보호자는 원치않는 연명치료를 했다는 점을 들어 비용 지불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사회보장제도가 그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비용은 의료기관의 손실로 귀착된다"고 꼬집었다.
허 실장은 "돈이 없어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시스템과 이에 따른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책임만 따지지 말고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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